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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기담괴설 사건집 ㅣ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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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은 읽어주시는 분의 몫. / p.9
어디까지나 선호도 측면에서 본다면 기담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보통 기담이라는 게 무서운 이야기들을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이야기 듣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수업 시간에 듣는 기담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지만 반대로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그때 눈망울이 반짝 거린다는데 오히려 멍을 때리는 편이었다.
이 책은 기담을 주제로 한 앤솔로지 작품집이다. 총 다섯 분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시지만 눈에 익은 '범유진'작가님의 작품이 있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앤솔로지 작품집이나 장편소설, 단편집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작가님의 작품을 꽤 읽었고, 취향에도 잘 맞았던 기억이 있다. 다른 작가님들의 작품이 취향에 맞기를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큰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책에 실린 기담은 전부 허구의 도시 '허실시'를 배경으로 했다. 허실시는 이래저래 자잘한 사건들이 많이 생기는 도시인 듯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있을 건물들은 다 갖추었는데 그와 반대로 뭔가 무너져 가는 느낌을 주는 도시인 것이다. 거기에 도시의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허와 실, 허구와 사실을 넘나드는데 이는 거주한 사람들의 특성으로도 보인다. 당최 알 수 없는 사건들과 속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범유진 작가님의 <최애빵 구출 레시피>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다. <최애빵 구출 레시피>에는 주인공 노지연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허실동의 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지연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빵인 허실당의 김말자 빵이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김말자 빵을 노리는 귀신이 나타나 곤욕을 치루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김말자 빵의 단종을 막기 위해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빵을 구출하기 위해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지만 어른들이 가진 이중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지연이 가지고 있는 '허실동의 아이'는 유치원생 시절에 화재 사고를 막아주어서 생긴 별명인데 어른들은 이미 이유를 알고 있음에도 어린 아이에게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쥐어 주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부담감이 될 수도 있었고, 하나의 족쇄가 되었던 듯하다. 물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서사가 생긴 것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 어른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술술 읽혔던 이야기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무서운 기담 이야기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허실시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헤프닝 정도로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 현실 세계였다면 한두 작품의 소재는 지역 뉴스에서 나왔겠지만 다른 작품들은 그마저도 동네 주민들에게 며칠 오르내리는 소재이지 않았을까. 가볍게 읽기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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