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이름의 숲
아밀 지음 / 허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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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시작되었다. / p.9

이 책은 아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올해 '여성'을 주제로 한 앤솔로지 작품집에서 작가님의 단편을 처음 읽었는데 너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지금까지도 머릿속의 내용과 마음의 느낌이 그대로 잔상으로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내용이나 여운들이 남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작품들은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신작이 궁금해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숲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가상현실 저항증자'라는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고 있는 인물이면서 다른 팬들에 비해 좋아하는 가수를 만날 수 있는 폭도 좁은 듯하다. 특히, 숲이 가상현실로 아이돌과 함께 식사한다거나 만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편곡하는 취미로 즐기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숲이 좋아하는 가수이자 인기 많은 아이돌인 이채라는 인물이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수의 억압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상현실로 팬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지만 이면으로는 매니저의 감시 하에 체중 조절을 해야 한다. 폭식으로 많이 먹기라도 하면 여러 개의 눈들이 살찐 사실을 캐치해낸다. 그것을 악성 댓글로서 표현하고, 그것을 본 이채는 스스로에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를 가한다. 이야기는 이 둘이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뭔가 남일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상현실을 비롯해 SF적인 요소들이 먼 미래를 나타내는 듯하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만큼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용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술술 읽혀지고 스토리가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과 맞닿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 책장을 넘기는 게 조금 더디게 느껴졌다. 감정적으로 와닿는 게 큰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하면서 읽었다. 첫 번째는 아이돌 산업의 기이함이다. 이는 작가의 말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비인간적인 부분들이 많이 느껴졌다.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채우지 못한다는 점과 인격 모독에 가까운 상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대중에게 보이는 걸로 소득을 얻는 직업인이기는 하지만 그 위에 인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연예인 당사자의 자유는 억압하면서 사랑과 관심, 걱정이라는 방패막 아래에서 아무렇지 않게 손과 입으로 쓰레기를 내뱉는 사람들을 과연 한 명의 대중으로 보는 것이 맞을까. 그 지점은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두 번째는 학교 폭력이다. 사실 아이돌 산업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숲이 받는 상황 자체에서 학교 폭력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그렇게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조금 나오는 이야기에서 잔인함을 느꼈다. 특히, 다온이라는 인물이 숲에게 가하는 행동들이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화가 났었다. 현실 세계에서도 역시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따돌림을 시킨다거나 신체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또한 무겁게 와닿는다.

전체적으로 여러 생각들이 들다 보니 머리가 어지럽게 남았던 작품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께서 여자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역시 여자 아이돌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가수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 폭력적으로 와닿지는 않는지, 또는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맞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고, 그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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