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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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표정은 의도적이었을까. / p.16

이 책은 해리슨 쿼리와 매트 쿼리의 장편소설이다. 역사 소설이 최근 사이에 연달아 읽었다고 한다면 여름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호러 스릴러 장르가 아닐까 싶다. 현재 읽고 있는 소설 역시도 비슷한 계열의 작품이며, 가장 최근에 구매한 작품 역시도 스릴러 계열의 일본 소설이다.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되다 보니 이 작품을 알게 되었고,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해리와 사샤 부부이다. 도시를 떠나 인적조차 드문 산간의 신혼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커다란 빌딩보다는 산과 호수가 있는 지역으로 오히려 평화롭게만 느껴진다. 과거 전쟁에 참여한 해병대 출신의 해리는 생활비가 정부 차원에서 지급이 되고, 사샤는 비대면으로 충분히 업무 처리가 가능한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이사하는 게 크게 무리는 없었다.

행복한 일만 가득 벌어질 것 같은 부부에게 유일한 이웃인 댄과 루시라는 노부부가 등장한다. 서로 의지하면서 좋은 관계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댄과 루시는 해리와 사샤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곳에는 악령이 있고, 봄에는 빛이 보일 때 벽난로의 불을 피워야 한다는 것이다. 해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오히려 댄과 루시를 쫓아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진짜로 빛이 보였고, 벽난로에 불을 피우자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계절마다 악령에 대한 의식을 달리 하기에 이른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답답함과 기분 나쁜 마음이 공존했다.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다기보다는 한 인물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남은 감정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자 증오가 남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여름에 읽기에 딱 좋았다.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인물은 주인공인 해리이다. 악령에 대한 의식을 치르기는 하지만 뭔가 모르게 분노에 휩싸인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성격상 하라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고,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측면에서 화가 솟구쳤다. 단전에서부터 분노를 부르는 인물이었다. 초반에는 단순하게 악령을 믿지 않겠다는 반항심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그러나 중반부에 이르면서 해리의 그런 행동들이 어떻게 보면 과거 트라우마로부터 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많은 이들을 죽였고, 잔인한 상황들을 겪었던 인물이다. 전쟁에 동원된 소년병들이 나중에는 그 자체를 놀이로 즐기면서 죄책감보다는 쾌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게 오버랩이 되었다. 해리가 했던 일들이 어떻게 보면 그런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면죄부가 된다거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나마 추측은 가능했다.

일상과 맞닿은 공포감이라고 해서 현실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라는 예상을 하고 읽었는데 그것보다는 더 큰 차원의 인간이 가진 악에 대해 집중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더 만족스러웠다. 현실을 생각할 수 있는 작품도 좋아하지만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에 관심이 많기에 기분 전환과 더불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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