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사람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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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옮겨 붙는 순간 바다에서 불길이 치솟는 착시가 일어난다. / p.25

이 책은 김숨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요즈음 의도하는 바는 아니지만 역사를 다룬 작품들을 고르게 되는 듯하다. 얼마 전에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고, 더 최근에는 대만의 역사를 다룬 작품을 읽었다. 그 맥락으로 흐름을 이어가고자 선택하게 된 책이다.

소설의 배경은 해방 직후의 부산이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그야말로 초토화가 된 한반도에서 미국과 소련이 자신들이 차지하고자 쑥대밭을 만들기에 이른다. 한반도에 있는 사람들은 전국 팔도에서 아래에 위치한 부산으로 모이게 되는데 그 이유도 참 가지각색이다. 전체적으로 당시 어려운 민중들의 삶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다.

참 여러 가지로 책장이 쉽게 넘겨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시처럼 느껴져서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의문을 들었고,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의 삶이 너무 기구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토리 자체는 너무나 머릿속으로 그려져 이해는 쉬운데 마음에 와닿다 보니 이러한 감정들이 페이지를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감정적으로는 너무 버거웠다.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석분이나 천복이 등 이름이 있는 인물들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인물들에게는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다. 붙이더라도 그냥 훅 지나갈 정도로 비중이 있는 인물들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인물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뭔가 물 흐르는 듯 진행되는 이야기들이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감정을 담아서 읽었던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찾자면 두 가지 이야기를 들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는 딸 해옥을 찾는 이야기이다. 조선인들을 태운 배는 이미 도착했다고 하는데 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 사람은 둘째 딸 해옥을 찾고 있다고 했다. 고향 땅을 밟은 이들 사이에서 배에 탔다고 했던 딸이 안 보였을 때의 부모 심정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마음 깊게 남았다.

두 번째는 백 씨의 이야기이다. 백 씨는 가족들과 함께 히로시마로 징용을 갔다 온 가장이다.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진 날, 백 씨는 그곳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끔찍한 모습의 아내 시신을 보게 된다. 원자 피폭이 된 상태인 것이다. 백 씨는 혼자 갔다가 올 것을 왜 가족과 함께 갔는지에 대한 스스로 한탄을 하는데 이 장면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면서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라는 점에서 당시 민중들의 비극적인 삶을 바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왔을 때의 아쉬움, 가족들이 사라지거나 사망했을 때의 비통함, 더 나아가 하루하루 더 끝이 안 보이는 절망감, 그 안에서 느꼈을 답답함 등 너무나 각자의 사정들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활자에 녹여져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좋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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