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모사 1867 - 대만의 운명을 뒤흔든 만남과 조약
첸야오창 지음, 차혜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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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평온을 되찾았다. / p.43

이 책은 첸야오창의 장편소설이다. 보통 책을 고를 때 기대가 되는 지점들이 적어도 하나씩 있는 편인데 거의 유일하게 느낌에 의존해 선택한 책이다. 처음에는 내용조차도 모른 상태에서 제목만 보고 흥미로운 이야기일 것이라는 예상으로 고른 것인데 기대보다는 호기심이 더욱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막상 책을 보려고 하니 설렘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컸다. 첫 번째로 책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크고 두꺼웠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대만의 역사에 전혀 무지하다는 점이다. 세계사를 배울 일 자체가 없었기에, 심지어 배운다고 해도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서양의 역사를 배웠을 뿐 대만의 역사는 기억을 거슬러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책의 무게감만큼이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소설은 대만의 역사적 사건인 '로버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상선이 폭풍우를 만나 좌초해 어느 섬에 닿았는데 그곳이 식인 부족이었던 생번들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그렇게 상선에 있던 선원들 중 일부는 생번에 의해 피살이 되었고, 그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외지인이었던 미국의 사람들과 기존에 섬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들 사이의 일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초반에는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마음의 짐은 여전히 무거웠고, 대만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점에서 오는 이해의 어려움 등이 있기는 했지만 읽을수록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논픽션과 다르게 각색이 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조금이나마 가볍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던 것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뽑자면 제목인 포르모사의 의미이다. 서양인들이 불렀던 대만의 호칭인데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타이완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너무 익숙하게 대만이라는 나라로 알고 있는데 과거에는 불렸던 이름이라는 점에서 새롭게 느껴졌다. 아직 대만을 가지는 못했지만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소설에서는 포르모사 안에 있는 다양한 부족들이 대립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서양이라는 적들의 침입 앞에서 합심하는 모습들이 무엇보다 인상 깊게 보여졌다. 그 안에서 포르모사 부족인들의 평범하고도 일반적인 소시민 생활들도 흥미로웠다. 어느 면에서는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걱정과 우려로 시작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책의 두께만큼이나 마음에 남는 것이 많았던 작품이다. 물론, 처음 보는 대만 역사 소설이기 때문에 소설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했느냐고 묻는다면 부끄럽게도 아니라고 대답하겠지만 그래도 가까우면서도 먼 대만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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