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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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이 죽은 밤, 항구에는 비가 내렸다. / p.19

이 책은 시라이 도모유키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이 작품을 선택해 읽게 된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탐정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동안 읽었던 탐정이 주인공인 작품들은 그야말로 완벽한 느낌이었다. 기존 탐정이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등장하는 장치들은 크게 조금 어리숙하게 결론을 내려서 실수를 만들어 내는 정도까지의 이야기인데 대놓고 명탐정이 죽었다고 하니 그 부분이 호기심이 생겼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던 문구가 가장 먼저 적었던 한문장이었다.

두 번째는 인민교회가 장소적 배경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OTT에서 한때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이비 종교의 다큐멘터리를 아직까지 전부 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정신이 피폐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화를 보고 너무 충격을 먹어서 다음부터는 시도조차 하지도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종교의 비인간적인 행태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이 작품이 인민교회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오토야 다카시라는 이름의 탐정이다. 탐정이었던 삼촌의 영향을 받아 자신 역시도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거창한 사건에 대한 조사보다는 부부들의 사생활을 캐고 있는 조사에 가깝다. 그런 그에게는 누구보다 유능한 능력을 가진 조수가 한 명 있다. 리리코라는 이름의 대학생이다. 리리코가 어느 날, 학회 참석 차 갑자기 미국에 가게 되었는데 먼저 예정한 날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오토야는 리리코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이때부터 사건이 시작된다.

알고 보니 리리코는 클라크 조사단의 일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클라크 조사단은 짐 조든이 교주로 있는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유능한 인재들이 잠입했으며, 리리코를 비롯해 정신과 의사 조디 랜디, FBI 수사관 알프레드 덴트, 망명 중인 청년 이하준이 있었다. 그 안에서 오토야는 리리코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그 사건에 휘말리는 결과를 만든다.

꽤나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이어서 걱정 반 설렘 반을 가지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읽혀서 퇴근 이후 네 시간만에 완독하게 된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에 비해 등장 인물이 꽤 많은 축에 속하는 소설인데 생각보다 헷갈리는 일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일본 작품 또는 영미권 작품을 읽을 때마다 인물 이름 외우는 게 하나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런 일이 없어서 좋았다. 스토리 자체가 몰입감이 있어서 푹 빠졌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사이비 종교의 폐쇄성이다. 짐 조든이 교주로 있는 조든타운은 남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해 있다. 하나의 국가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내무장관, 보안장관 등의 직위가 각각 있고, 더 나아가 그 안에 학교와 병원 등의 시설이 있었다. 자신의 교리를 세뇌시키기 위해 필요한 게 폐쇄성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소설 안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는 훨씬 더 강하게 와닿았다. 폐쇄성 이외에도 사이비 종교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특징들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두 번째는 인간의 내면이다. 읽는 내내 인물들이 가진 내면에 집중했는데 짐 조든의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외부인이자 클라크 조사단의 의심,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고 있는 조든타운 주민들의 신뢰, 결말까지 연결되는 감정이어서 더 깊게 언급하지는 못하지만 열등감까지 인물들 각각 가지고 있는 내밀하고도 깊은 감정들이 하나하나 와닿았고, 이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었다.

사실 초장에 표현된 인민교회 살인 장면들이 꽤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짐 조든이 살해한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자살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데 이에 대한 해답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그만큼 여러 가지로 여운과 의문점을 남겼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취향에 맞는 독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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