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집 -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의 비사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허락된 시야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 p.10

학교 다닐 때 책 읽는다는 주변의 친구들이 항상 읽었던 작품들이 있다. 크게 나누면 학교에서 추천하는 작품과 그냥 아이들 사이에서 도는 작품들이 있는데 전자에는 자기계발 및 시험에 나오는 문학 장르의 서적들이 그랬다. 후자인 경우에는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위한 소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통은 그렇게 나누어지는데 유독 특징에 들어가지 않는 작품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권비영 작가님의 '덕혜옹주'라는 소설이었다. 당시 필수 독서 목록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 재미만을 다룬 작품도 아니었다. 역사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어떻게 보면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었는데 적어도 한 반에 대여섯 명은 덕혜옹주를 읽으면서 다녔다. 물론, 나는 아직까지 읽지 않았다.

이 책은 권비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읽지도 않은 덕혜옹주지만 표지는 그 누구보다 많이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이번 신작 소식을 듣고 기대가 되었다. 작품이 취향에 맞는다면 덕혜옹주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기회에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크게 네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이은과 일본 황족의 딸인 마사코, 마지막 황태손 이구와 그의 부인 줄리아이다. 우선, 이은 황태자는 조국을 잃은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정략결혼이 성사된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상대인 마사코는 처음 그 소식을 듣고 반가워하지 않았으나 이은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을 유지해나간다.

이구라는 인물은 이은과 마사코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첫째 아들인 진은 일찍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다음에 얻었기에 부부의 관심은 구에게 쏠렸다. 가세가 기울어져 가는 와중에도 구의 학업을 위해 유학을 보낼 정도로 부모의 역할을 했다. 구는 그렇게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 잘 성장했는데 미국 유학 중 줄리아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사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는 그렇게까지 접점이 없었지만 줄리아의 모국어를 구가 알게 되면서부터 스파크가 튀었다. 마사코는 이를 탐탁치 않게 여겼으며, 구 하나만 믿고 대한민국 땅을 밟은 줄리아에게도 그렇게까지 행복한 결혼생활은 아니었다.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들이 하나하나 지나갔다. 특히, 초반에 황태자 이은의 나라 잃은 슬픔과 고독, 아픔에 대한 감정 묘사가 활자 너머로 건너오는 듯해서 그 지점이 참 몰입되었다. 제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잃어버린 집이라는 게 넓은 의미에서는 조국이라는 집을 의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체적으로 마음은 무거웠지만 읽는 것은 술술 읽혀졌다.

중반에 이르러 대한민국의 상황보다는 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이야기들에 집중이 되었다. 특히, 마사코와 줄리아가 가장 눈에 띄었다. 마사코는 어떻게 보면 일본 사람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에서 환영받지 못할 인물이다. 후반에 이르러 이은에게 일본 여성과 헤어지라는 식의 종용을 받는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마사코는 이러한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사랑하는 이은 황태자를 위해 이겨낸다. 어떻게 보면 조국을 잃은 이은의 말과 표정들이 상처가 된다거나 부정적으로 와닿을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사람 자체로 향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줄리아 역시도 이구 황태손 한 명을 위해 바다를 건너 대한민국에 정착한 인물이다. 거기다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는 다른 국적의 배우자가 지금처럼 많이 볼 수 없기에 이에 대한 마음의 상처가 꽤 컸을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동양인도 아닌 서양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마사코의 태도만 보더라도 그게 보여졌는데 그런 중에 이구의 태도는 더욱 줄리아를 외로움의 늪에 빠지게 했다. 자신을 믿고 긴 여정을 함께해 준 배우자에게 그렇게까지 모질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점에서 이구 황태손에 대한 느낌은 좋지 않았다.

책을 덮고 나니 영화로 접했던 덕혜옹주를 꼭 소설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기쁘거나 재미있는 느낌보다는 우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시대적 배경 자체의 영향,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의 상황에 대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사랑에 대한, 그리고 조국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