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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지음, 조동섭 옮김 / 세계사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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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어떻게든 완성시키는 감독들이죠. / p.21
영화를 종종 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국 영화 한정이다. 사실 해외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유를 고르자면 자막과 영상을 함께 보는 게 너무나 힘든 유형이기 때문이다. 멀티가 안 되는 전형적인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자막을 보면 영상이 어느 사이에 흘러가고 없다. 그렇다고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기에 영상에 집중해서 보면 인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끝나버리게 된다.
그러면서도 인생 영화들을 하나하나 늘어놓으면 한국 영화보다는 해외 영화가 더 많다. 최근에는 소설 원작이었던 한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렇게 또 깊은 감명을 받는다. 한국 영화가 어디까지나 킬링 타임 용도로 보는 편인데 반대로 해외 영화에서 여운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게 조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편소설이다. 영화 감독의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름은 너무나 익숙하다. 자주 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영화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적어도 보는 입장에서는 스타들의 스타 같은 느낌이다. 내노라하는 한국 영화의 거장분들께서 언급하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작품으로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은 네 사람이 등장한다. 왕년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전성기가 지난 듯한 릭 달튼이라는 인물, 그런 릭의 액션 스턴트를 대신해 주고 있는 클리프 부스, 할리우드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샤론 테이트, 록으로 성공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전과자인 찰스 맨스이다. 이들이 196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서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다.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우선, 영미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고질적인 문제와 함께 지금까지 보았던 작품들과 너무 다른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이름이 쉽게 외워지지 않았던 것은 다른 소설을 읽으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었고, 작품을 읽는 내내 아예 가볍거나 아예 무거운 내용이 아닌데 뭔가 형용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읽는 내내 뭔가 묘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혼란스러움이지 않을까 싶다. 묘한 느낌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감정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안에서는 이소룡을 비롯해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반가움을 느낄 법한 배우와 감독의 실명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네 인물을 포함한 허구의 이름도 나오다 보니 고전 해외 영화에 관심조차 없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헷갈렸다. 물론, 미주에 관련 내용을 설명해 주기는 하지만 이게 조금은 당황스러운 점으로 남았다.
이렇게 혼란스러움을 겪으면서도 읽었던 이유는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특유의 유머들이었다. 클리프가 마음에 드는 여성과 차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릭과 클리프 사이에 티키타카 등이 되게 웃게 만드는 요소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거기에 클리프가 소설 안에서 사람을 죽이고도 처벌을 받지 않았던 인물로 등장하는데 현실의 상황에 대입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기에 그것조차도 뭔가 재미있었다.
전체적으로 B급 감성이 농축되어 있는 하나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B급 영화를 그렇게까지 본 적이 없다 보니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지만 그냥 힘 빼고 보면 어느새 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던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