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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피베리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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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만 내리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흐린 날조차 없어 보이는 삶이 있으니까. / p.7
시간과 재력이 허락만 된다면 꼭 즐기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아무도 찾지 않는 타지에서 한 달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이자면 평화로운 호텔에서 독서를 즐기는 것까지 하고 싶다.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재력이 없어서, 직장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그만큼의 시간이 없어서 이루지 못한다. 언제 이룰 수 있을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곤도 후미에의 장편소설이다. 표지만 보면 나름 평화로운 듯한데 여름에 잘 어울리는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요즈음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장르의 소설들 위주로 읽게 되는 편인데 당연하게 궁금증이 들었다. 나름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교사로 은퇴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하와이에서 3개월의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 특히, 호텔 피베리를 추천해 주었는데 여기에는 특이한 규칙이 하나 있다. 재방문은 안 된다는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여길 일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묵기로 한다. 그곳에서는 일본인들만 있었으며, 총 다섯 명이 묵기로 했다. 평화로우면서도 아름다운 하와이를 즐기는 것도 잠시 호텔 피베리에서 알 수 없는 사건이 생긴다. 그것도 수영장에서의 살인 사건.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이 참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서두에 언급했던 특이한 규칙에 대한 내용이다. 사실 호텔 주인의 입장에서라면 재방문이 가장 좋은 일인가 싶었는데 이게 금지가 되다니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주인이 신비주의를 내세운다거나 인기가 많아 이를 흐름에 편승하고자 하는 선택일까 하는 상상도 했었다. 내용의 일부이지만 이 지점이 참 머리에 각인되었다.
두 번째는 작품의 느낌이었다. 초반을 읽으면서 장르를 의심했다. 분명히 추리 스릴러 장르로 알고 선택한 책이었는데 사건의 기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말년에 그동안 노동의 대가를 받고자 휴식을 취하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힐링 이야기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장르를 따지기에는 배경인 하와이는 너무 아름다웠고, 더 나아가 여행 장려 소설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짧은 페이지 수를 가진 작품이다 보니 부담감을 내려놓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읽으면서 마치 여행을 온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중반에 이르러 거기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여름에는 제격인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지점들이 참 만족스러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