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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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둘이 나눌 수 있는 얘깃거리. / p.19

첫사랑은 언제든 설렘을 준다고 한다. 심지어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는 제목을 가진 노래가 큰 사랑을 받은 적도 있고, 주변에서 첫사랑은 평생 못 잊는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사실 사랑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서 그 감정이 무엇일지 책으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프레야 샘슨의 장편소설이다. 제목만 봐도 낭만적인 이야기인 듯해서 고른 책이다. 육십 년 전의 첫사랑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거기에 힐링 작품 자체를 너무나 선호하는 독자 중 한 사람이기에 더욱 크게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청년 프랭크와 한 여자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88번 버스에서 두 사람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 여자는 프랭크에게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고, 다음에 다시 보자는 말을 꺼낸다. 하지만 이름도 몰랐던 프랭크는 다시는 그 여자랑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육십 년이 지난 이후까지도 그녀를 만났던 88번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흘러 살던 동네를 떠나 조카를 돌보기 위해 런던으로 온 리비가 등장한다. 리비는 남자 친구로부터 이별 통보까지 받았는데 우연히 프랭크를 만나 육십 년 전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조카를 돌보는 와중에 프랭크의 첫사랑을 찾고자 노력했고, 프랭크의 요양보호사부터 프랭크에게 도움을 받은 이까지 한 명씩 늘어났다. 전체적으로 프랭크의 과거 시점과 첫사랑을 찾기 위한 그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라고 하면 사랑 이야기와 현실의 차이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 이야기 자체로만 보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면서 아름답다. 그러나 프랭크는 치매를 앓고 있으며, 리비는 남자 친구와의 이별에 가족들과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요양보호사는 차갑게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듯했다. 환상과 현재의 괴리가 조금 마음 아프게 다가왔던 게 사실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선의를 베풀어 시간과 돈을 쓰지는 않을 텐데 리비의 선한 마음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프랭크의 순정에 설렜으며, 한 남자의 인생을 바꾼 그 여자의 선구안에 감탄했다. 전체적으로 요즈음 자주 볼 수 있는 힐링 이야기라는 점에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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