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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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이 두 개라서 어쩔 수 없이 교차하게 되는 사람들. / p.160

환승은 무엇일까. 기억나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대중교통 환승이 있다. 그리고 요즈음 자주 언급이 되고 있는 환승 연애가 떠오른다. 딱히 환승이라는 단어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인데 생각보다 들리는 단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한정현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사실 한정현 작가님은 나름 익숙하다. 집필하신 소설의 제목들만 알고 있는데 기대가 되어서 미래의 독서 목록에 넣은 작품들이 꽤 된다. 이번에 산문집 출간 소식을 알게 되어 산문집으로 먼저 시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산문집이 취향에 맞다면 소설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작가님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님께서 가장 잘하시는 것 중 하나인 환승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한정현이라는 이름부터 시작해 주희, 안드레아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계신다. 단순하게 이름으로 환승하는 것이 아닌 뭔가 다른 자아로 환승하는 이야기를 담은 듯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밖에도 영화, 전공, 사회 이슈 등의 생각과 감정을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약간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약간 다른 부류의 인간 종류이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가 따라왔다. 자가용에 이름을 붙이는 등의 의인화를 시키는 게 어색할 뿐만 아니라 나에게 다른 자아를 둔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현실적인 성향을 가진 나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어차피 이름이 바뀌더라도 영혼이나 본체는 하나이지 않은가. 적어도 1장에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두 번째 챕터에 들어가면서부터 흥미가 생겼다. 영상자료원에 대한 추억이나 아버지께서 사랑하셨던 영화에 관련 내용이 등장했는데 언급된 영화를 단 하나도 보지는 않았지만 그와 맞물려 펼쳐진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었다. 호기심이 생긴 영화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남은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사랑에 대한 정의에 대한 내용이다. 보통 사랑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들을 많이 봤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비문학이라고 지칭했다. 문학으로 정의하면 납작하다는 게 이유였는데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한 적이 없어서 색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장르 또는 어떤 영역일까 생각을 했는데 어느 정도 다른 해석이 가능한 시가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는 젠더 개념에 대한 내용이다. 에필로그에 실렸는데 성별로 나누어진 외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는데 성별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색깔이나 옷 스타일이 나누어지는 게 나름 큰 불만 중 하나이다. 평소 옷차림만 보면 남성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입는 편이다 보니 속이 시원했다. 거기에 등장한 영화는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서 기대되거나 요구되어지는 역할로부터 벗어나 다른 이름으로 환승한다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사실 요즈음 자주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인데 그것을 완전 벗어난 이야기인 듯해서 가면을 벗을 수 있다는 용기도 생겼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산문집이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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