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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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절벽이지만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 p.16





이 책은 마거릿 케네디의 장편소설이다. 얼마 전 휴가를 가면서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선택하게 되었다. 요즈음 자주 읽게 되는 장르이기도 하고, 제목부터가 휴가지라는 장소가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로 휴가지에서 읽게 된다면 나름 기억에 잘 남을 듯해서 기대하면서 읽었다.




소설은 세던 신부와 봇 신부가 만나게 되면서부터 시작이 된다. 두 신부는 생각보다 친분이 있는 듯했다. 휴가를 같이 보내는데 규칙 중 하나가 미리 설교문을 적어둔다. 그런데 세던 신부는 이 규칙을 어겼다. 갑자기 생긴 장례식 미사 설교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절벽에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소설의 이야기는 절벽의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휴가지에서 조금 산뜻하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을 고르려던 중 제목으로 선택하게 되었기에 두꺼운 페이지 수와 무거운 분위기로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거기에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죽음으로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어떻게 보면 생각했던 것과 반대 분위기의 작품을 읽게 된 셈이다. 거기에 등장 인물에 취약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아 이것 또한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설교문 메모를 비롯해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설명하는 내용들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중반에 이르러 모르는 사이에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영화 <완벽한 타인>이 떠올랐다. 사람 속을 모른다는 한마디가 딱 이 작품으로 정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 사랑과 사람 사이의 관계 등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 하고 있고, 또한 그 안에서 같은 인간 부류라고 칭하기에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종교의 7대 악이라는 부분과 연결이 되어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던 부분이다.


종교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을 크게 선호하지 않음에도 중반부터 빠르게 빨려들어간 이유를 찾자면 인물들 자체가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주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륜을 저지른다거나 자녀의 노동력을 이용해 부모로서의 일을 행하지 않는 사람들 등 어떻게 보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만큼 현실성이 있게 와닿았던 것 같다. 이 작품이 1950년대라는 점에서 70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인간의 선과 악은 무엇일까.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심지어 인간의 성악설을 믿는 사람임에도 재해의 경고를 무시했던 이들과 그 안에서 구원을 찾았던 인물까지 뭔가 양면성, 더 나아가 다면적인 이야기들을 너무나 잘 표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지에서 읽기에는 무겁지만 나름의 기억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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