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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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다는 확신의 느낌표. / p.81

집에서 출퇴근을 할 때에는 굳이 빨래방을 갈 일이 없었는데 자취를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빨래방에 가는 게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특히, 이렇게 장마 시즌에는 방에서 빨래가 하도 안 마르니 어쩔 수 없이 건조까지 되는 빨래방의 도움을 받는다. 가끔 세탁기의 보면서 멍 때린다거나 틈새 독서를 하면 시간이 절로 간다.

이 책은 김지윤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나름 포근한 느낌을 주는 힐링 장르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요즈음 누구보다 힐링을 찾는 독자 참새가 이러한 작품의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빨래방 특유의 향기가 책 표지에서부터 나는 듯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안정을 주는 만큼 기대를 가지고 읽고 있었다.

소설의 처음은 과거 약사를 했던 장 영감이 등장한다. 겉으로 보면 의사 아들에, 영재 손자까지 부러울 거 하나 없는 듯하지만 아들 내외로부터 집을 팔라는 압박을 받고, 잘못을 하게 되어 약사를 그만 두었으며, 믿을 거라고는 개 진돌이뿐인 외로운 노인이기도 하다. 어느 날, 진돌이가 이불에 실수를 하면서 동네의 빨래방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연두색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연두색 다이어리에는 익숙한 얼굴의 남자 그림과 어떤 사람의 고민이 적혀 있었다. 장 영감은 그 고민에 답을 적으면서 인연을 이어간다. 고민을 적은 사람은 미라라는 인물로, 육아 휴직 중이다. 집세와 경력 단절 등 다양한 이유로 우울감을 느끼던 중 빨래방의 다이어리에 고민을 적었는데 다정한 장 영감의 답변이 달려 있었다. 그 이외에도 드라마 보조 작가로 근무하고 있는 여름, 버스킹을 하고 있는 하준, 남자 친구의 행동으로 힘들어하는 연우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읽는 내내 생각했던 것처럼 빨래방 특유의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빨래방이라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읽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비현실적인 연결 고리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사연에 공감이 되었고, 장 영감을 비롯한 다정한 위로에 울컥하기도 했다. 후루룩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았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여름과 하준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여름은 스타 작가의 보조 작가로 드라마 대본 공모전에 도전하지만 번번히 탈락한다. 하준은 가수의 꿈을 키우고 버스킹을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절망하는 무명 가수이다. 두 사람의 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큰 맥락은 러브 스토리로 전개가 되는데 마음이 몽글몽근해졌다. 그러면서도 현실의 앞에서 꿈을 포기할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이 공감이 되었다.

그밖에도 장 영감과 아들을 이어주는 가족애와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인간애가 마치 향기처럼 풍기는 작품이었다. 그런 점이 독자로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돕고 산다는 진리를 이야기를 통해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인간으로부터 받은 따뜻함이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의 열기를 데워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조차도 좋았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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