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너머의 세계들 문 너머 시리즈 1
섀넌 맥과이어 지음, 이수현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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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이야기가, 한 사람이 가진 전부이기도 했다. / p.19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상상력을 펼치는 편은 아닌데 지금 살고 있는 세계 너머에 다른 세상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우주에 있는 외계인의 존재처럼 말이다. 미국이나 브라질 등의 다른 나라는 이미 매체를 통해 존재 자체를 알고 있지만 눈으로 보이지 않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직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은 섀넌 맥과이어의 장편소설이다. 그렇게 판타지 장르의 작품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종종 했던 상상의 연장선으로 고르게 된 책이다. 문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설정에 눈길이 갔다. 그동안 뼈대 정도로만 생각했던 상상이 여기에서는 활자로 표현되고, 조금 더 채색이 되는 영상이 머릿속에서 재생될 것만 같은 느낌. 딱 그 정도의 예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낸시라는 이름의 인물이다. 얼떨결에 엘리노어가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학교는 사실 교육의 기능보다는 양육의 기능이 훨씬 잘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보여진다. 자녀가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자녀들을 보내는 학교인데 그곳에 낸시가 오게 된 것이다. 조금은 독특한 성향인 듯한 룸메이트 스미를 비롯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로직 세계, 난센스 세계, 페어리 랜드 등 그 의미조차 알아듣기 힘든 세계 안에서 혼란스러워하던 낸시에게 큰 사건이 벌어진다. 이는 스미가 손목이 잘린 상태로 발견이 된 것이다. 학교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다른 친구들마저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학교의 위기, 더 나아가 범인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낸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부터 등장 인물에게 빠져서 읽게 되었다. 판타지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탓에 새로운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느린 편이다 보니 엘리노어가 설명하는 모습에서 낸시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마치 머리에 물음표가 둥둥 떠다녔는데 줄거리에서 언급했던 로직, 난센스, 페어리 등 용어 자체가 참 낯설었다. 짧은 페이지 수임에도 앞에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스토리 파악이 되니 확실히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등장 인물의 감정에 초반부터 너무 빠지다 보니 그 지점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은 작품의 세계관과 현실의 공통점이었다. 판타지로 구축된 세상이 있기는 하지만 대안학교를 비롯해 등장하는 인물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들이 대한민국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낸시와 친구들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는 각박한 교육 환경 속에서 미래를 고민하는 청소년기 학생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또한, 부모들이 자녀들을 판단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리는 장면들은 자녀를 속박하고자 하는 일부 어른들이 떠올랐다. 어떤 부분에서는 자녀를 학대한다거나 방임하는 등의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내용까지도 읽혀졌던 것 같다.

이렇게 묵직하게 다가온 판타지 작품은 참 오랜만이었다. 아마 청소년 시기에 읽었더라면 마음에 더 오래 남았을 텐데 그 시기의 모진 파도를 거치고 난 후 읽으니 뭔가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다음 시리즈인 <뱀파이어 세계로 간 쌍둥이>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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