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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ㅣ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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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더 이상하고 더 궁금한 게 있다. / p.18
이 책은 마사키 도시카의 장편소설이다. 빨간 표지가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는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아서 선택하게 된 책이다. 누구보다 성악설을 믿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역시도 관심 주제에 알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추리 장르의 소설들이 떠오르는 여름이다 보니 기분 전환을 위해 가벼운 책으로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괴짜라고 불리는 미쓰야와 신입 형사 다도코가 등장한다. 이들은 하나의 팀이 되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한 여성의 살인 사건을 쫓는다. 그게 단독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일 년 반 전에 벌어진 한 남자가 살해된 사건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어 보였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의 지문이 일 년 반 전의 그 사건에서 발견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형사는 이 두 사건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탐문해가면서 파헤쳐 나간다. 그러던 중 연결 고리와 함께 피해자 부부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생각보다 등장 인물의 수가 많아서 초반에는 참 더디게 읽게 되었다. 우선, 언급했던 미쓰야와 다도코 형사와 살인 사건의 피해자 부부 두 쌍, 그리고 거기에 연루된 또 한 쌍의 부부가 등장한다. 거기에 부부의 자녀들과 그들과 관계된 인물까지 하면 어림 잡아도 열 명 이상이 등장하는 듯한데 일본 소설의 특성상 성과 이름을 따로 부르기까지 하다 보니 각 인물들이 헷갈려 한참 애를 먹었다. 어느 정도 스토리가 그려지고 난 이후부터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지점을 생각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이중성이다. 일 년 반 전에 살해된 한 남자 요시하루와 그의 부인 리사는 누가 봐도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부부이다. 남편과 함께 했던 일들을 SNS에 게시하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듯 보였고, 남편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자 그 누구보다 부재를 힘들어해 이웃들에게 안타까움을 주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리사는 다른 남자와 오래 내연 관계를 맺고 있었다. 또한, 유스케라는 인물의 부인 히로미는 겉으로 자녀들을 생각하는 척하지만 결론적으로 속물이었던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인간들의 악행을 너무나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미쓰야와 다도코의 스타일이다. 미쓰야는 누가 봐도 유능한 형사이지만 괴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반면, 다도코는 조금 어수룩한 인물처럼 그려졌는데 이 두 사람의 상반된 해결 방식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다. 처음에는 미쓰야의 말투가 적응이 되지 않았는데 너무 본론만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꽃꽂이에 시선을 두고 말한다거나 추리하는 이유를 동료인 다도코에게 설명하지 않는 행동이 그렇다. 다도코에게는 통보받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그의 말처럼 신뢰가 필요한 상황에서 너무 혼자만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러 모로 스토리나 등장 인물들을 정리하는 매력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거기에 중반에 등장했던 소년 A라는 인물이 대체 누구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도 읽으면서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해 주지 않을까 싶다. 전편을 미리 읽었더라면 조금 이해가 쉬웠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기는 하지만 이를 떠나 추리 스릴러 장르 작품 특유의 긴장감을 주어서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