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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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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사는 이 순간을 좋아했다. / p.20
예전에는 퀴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읽었다면 요즈음은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도 읽게 된다. 가령, 두 사람 사이의 사랑 이야기나 현실에서 겪고 있는 고민들을 다룬 소재들을 읽었다면 최근에는 생물학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퀴어 부부 사이에서 자녀 출산 및 양육에 관한 이야기를 고르게 된다는 뜻이다.
성의 다양함을 수용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작품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무지한 편견에 부끄러움이 드는 게 사실이다. 세상에는 동성애나 양성애를 비롯해 다양한 성애적 사랑과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범죄로 규정될 수 있는 아동성애나 윤리적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한 사랑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것은 타협이 되지 않고 또 이해조차 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은 우치다 에이지의 장편소설이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한국에서 유명한 일본 배우 초난강이 출연한 영화 원작이라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초난강을 짧게 영상으로만 봤었을 뿐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대표적인 친한파 배우 중 한 사람으로서 호감인 것은 맞기에 소설의 내용이 흥미롭다면 영화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거기에 요즈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라는 점도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나기사라는 인물이다. 아직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 바에서 근무한다. 태국에서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되기 위한 수술을 받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 차마 가족에게조차도 자신의 성에 대해 말하지 못하며, 어머니는 나기사에게 원래 이름인 겐조라고 부른다. 오백만 엔을 모아 하루 빨리 여성으로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다.
이모의 딸인 아치카를 맡게 되면서 나기사의 삶은 조금씩 변화됨을 느낀다. 처음에는 말조차도 없는, 어떻게 보면 불량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있는 아치카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치카에게 마음이 간다. 그것도 엄마로서의 마음이었다. 아치카는 어머니로부터 학대와 방임을 받는 인물로, 발레를 하기에 완벽한 외모와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돈이 없어 이를 포기했다. 우연히 공원에서 만난 한 할머니로부터 발레의 꿈을 키우고, 나기사와 살면서 아치카의 재능을 알아본 미카 선생님과 선배 린의 등장으로 숨겼던 꿈을 다시 드러낸다. 작품의 이야기는 나기사와 아치카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을 가지면서 읽었다. 첫 번째는 나기사의 모성애이다. 수술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관으로는 남성이겠지만 작품에서는 엄마가 되고 싶어한다. 우선, 아치카에게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이유부터가 나기사의 직장 동료이자 친구의 말로부터 원인이 된다. 또한, 아치카의 엄마는 나기사로부터 엄마의 자리를 빼앗길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과연 모성애라는 것은 생물학적인 성으로부터만 나오는 것일까.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이들이 부딪히는 현실이다. 나기사는 트랜스 젠더이기에 많은 편견과 무시를 받는다. 바에서는 인간보다는 성욕을 풀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손님들이, 외부에서는 이상하게 여성의 모습을 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발레 선생님인 미카가 가장 그 중에서는 존중을 해 주는 듯했다. 또한, 남성의 모습을 했을 때에 일반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는 씁쓸함도 느낄 수 있었다. 아치카 역시도 어머니의 직업과 소문들로 왕따를 당한다거나 문제아로 낙인을 찍게 되는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소설이지만 지금 현재를 보는 듯한 기시감도 느꼈다.
짧은 페이지 수이지만 누구보다 감정적으로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나기사가 겪은 일들에 마음이 아팠고, 충분히 재능이 있음에도 번번히 환경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아치카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도 성장하는 아치카와 생물학적인 엄마보다 더욱 희생했던 나기사의 모습들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런 부분에서 영화로 재현된 작품이 궁금증이 생겼다. 간만에 감성 소설 하나를 완독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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