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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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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우연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p.12
저주를 크게 믿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그런 경험들을 들으면 신기하다는 생각은 든다. 누군가는 우연의 일치이거나 타이밍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게 계속 생긴다면 저주라는 이름의 신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어진다. 어떻게 보면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믿음이지만 저주의 힘이 크다.
이 책은 로리 넬슨 스필먼의 장편소설이다. 제목 자체에 흥미가 생겨 선택하게 된 책이다. 저주라고 하면 괜히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녀도 아니고, 막내도 아닌 둘째 딸에게만 내려지는 저주라니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장녀 아니면 막내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중간에 낀 딸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폰타나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백 년이나 되는 시간동안 이 가문에는 저주가 하나 있는데 그것도 둘째 딸에게만 해당이 된다. 두 자매가 있었는데 동생에게 남자 친구를 빼앗긴 폰타나라는 이름의 언니가 내렸다. 둘째 딸들은 평생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는 저주이다. 그 후로 그 가문의 둘째 딸들은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시점은 흘러 에밀리아라는 사람에게로 바뀐다. 에밀리아는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인데 그동안 가문의 저주를 너무나 잘 듣고 자랐던 인물이다. 그동안 사랑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에밀리아에게 여행을 떠나자는 편지가 날라왔다. 발신인은 이모할머니 포피였다. 할머니께서는 그동안 포피와의 교류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아는 포피, 그리고 사촌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저주에 대한 내용이다.
처음에는 페이지 수가 꽤 되다 보니 부담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혹시나 읽는 도중 스토리가 루즈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고, 딸의 입장에서 너무나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나의 경우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쉽게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 번째는 이모할머니와의 여행이라는 점이다. 사실 경험을 비추어 보자면 이모할머니와 여행은커녕 만난 적이 없었다. 태어나기 전에 이미 작고하셨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작품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적어도 한국의 정서에서는 이모할머니와 여행을 다닐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게 드문 일인 듯한데 세대가 다르지만 둘째 딸이라는 공통 분모로 서로 알아가고 성장하는 모습들이 좋았다.
두 번째는 저주 자체이다. 사실 서두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저주라는 단어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저주가 들었다고 한들 아마 이를 미신으로 여기지 않고 단순한 우연의 일치 정도로만 보았을 것이다. 에밀리아가 사랑이 없는 현실에 만족했었지만 그것 또한 저주라는 이름으로 가족에게서 내려온 하나의 세뇌가 아니었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주라는 게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경험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포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사랑이라는 감정에 눈을 뜨는 에밀리아가 독자로서 뿌듯했다.
성장 소설을 좋아하기에 이 작품 또한 흐뭇하게 하나하나 읽었고 완독했다. 어떻게 보면 가볍다 느껴질 수도 있는 작품인데 그 안에서 현실과 맞물려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어 그게 참 만족스러웠다. 장녀로서 경험하지 못했던 둘째 딸에 대한 감정을 대리 경험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 또한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