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피 에를렌뒤르 형사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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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글자는 시체 위에 놓인 연필로 적혀 있었다. / p.13

올해 봄에 스웨덴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점점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예전부터 드문드문 읽기는 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 소설이 많았다. 그러다 중국 소설의 매력을 알게 되어 두 권 정도 읽었다. 일본 또는 영미 소설 위주로 읽게 되는 듯하다.

이 책은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장편소설이다. 스웨덴 추리 작품이 꽤 신선했는데 이번에는 아이슬란드 작가의 작품이어서 눈길이 갔다. 특히, 예능을 보면서 아이슬란드는 꼭 여행 가고 싶을 정도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에 더욱 관심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주인공은 에를렌두르라는 형사이다. 경찰로서는 유능하다는 말을 듣는 인물로 70대의 살인 사건과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신부의 실종 사건을 쫓는다. 프로파일러와 법의학자 등 경찰 내 다양한 인물들과 협업해 두 사건을 쫓아가는 과정에서 점차 밝혀지는 진실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더불어, 에를렌두르의 개인사까지도 등장하는데 이는 사건과도 어느 정도 연계가 되어 있다.

70대의 살인 사건은 홀베르드라는 인물인데 지하실에서 둔기에 맞은 채 사망했다. 처음에는 주민들과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는데 그가 과거에 한 여자를 강간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생명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와 여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홀베르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마치 자랑스러운 일인 것처럼 소문을 내는 것도 모자라 법정에서는 이를 조롱하듯 축소하기에 이른다.

읽으면서 참 몰입이 잘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가리고 보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기도 했다. 추리 장르의 경우에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지점보다는 재미 위주로 읽게 되는데 단순하게 잊을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현대 시대와 맞물려 깊이 고민할 지점도 있었다. 아이슬란드라는 나라가 보이지만 사건들 자체로만 보면 대한민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첫 번째는 에를렌두르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외적으로는 존경받는 직업인이지만 나름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자녀들이 모두 마약 중독이라는 점이다. 특히, 딸은 마약에 취해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모자라 금전이 부족할 때마다 에를렌두르를 찾아와 찌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가정의 해체와 마약 중독이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이끄는지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강간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급했던 것처럼 홀베르드는 과거 성범죄를 저질렀던 인물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이끄는 것도 모자라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뻔뻔하게 살아왔다. 그 지점이 너무 화가 나면서 범죄로 생긴 생명에 대한 무거움이 조금 답답하게 눌러앉았다. 피해자는 어떻게든 아이를 지켰고, 그 아이를 위해 살아왔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 아닌 범죄로 생긴 하나의 결과물이었는데 말이다. 여러모로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였다.

그밖에도 아이슬란드의 이름에 대한 유래나 문화들이 흥미로웠다. 아이슬란드식 사건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사실 읽으면서 이런 부분은 크게 의문이 들었다. 특별하게 다른 점이 있다기보다는 하나의 유머로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묵직한 추리 소설이라는 측면에서 참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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