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라키의 머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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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진정시키는 그런 '진정꾼'에게. / p.12

호러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한 매체들이 하나씩 등장하는 것을 보니 여름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러라는 장르와 크게 담을 쌓고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나올 때가 되면 새삼스럽게 계절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호러를 가까이 하는 편은 아니다. 나에게 호러는 이열치열 느낌으로 뜨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집이다. 예전에 읽었던 장편소설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때도 호러 장르의 소설이라고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호러라는 오싹함보다는 기업의 욕망에 대한 내용에서 오는 현실감이었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비슷한 느낌을 받고 싶어 읽게 되었다.

이 소설집에서는 총 여섯 작품이 실려 있는데 전체 페이지 수도 200 페이지 조금 넘는 편에 단편집이어서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 결말 부분을 읽고 이해하지 못해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는 경우가 많기는 했는데 막상 이해하고 나면 호러 장르의 대가답게 오싹함이 몸을 휘감았던 작품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하나의 작품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술자리 잡담>이라는 작품이다. 회사의 동료 관계인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술자리 잡담에 대한 내용이다. 세 명의 남자는 여자를 향해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다. 평소의 여자라면 조용히 듣는다거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듯하다. 그러나 그 날은 조금 달랐다. 남자는 생각을 하지만 여자는 생각보다는 감성에 치우쳐 행동하는 측면에서 외설적인 예시를 드는데 여자는 이에 대해 반론을 든다.

남자 세 명의 대화를 읽으면서 참 무지한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여성이 감성적이라고 느낄 수는 있겠지만 표현 방법이 너무 저급했다. 그것을 겉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천박하기 그지없다고 보여졌다. 여성이 역으로 반론하는 장면들은 통쾌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 표현을 지금까지 읽은 소설 작품에서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신선했다. 다른 작품들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취향에 맞는 작품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밖에도 조금은 기이하거나 신기한 이야기들이 흥미로웠다. 호러 장르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하필 이렇게 무더운 여름에 읽고 있으니 읽는 맛을 너무 제대로 느꼈다. 아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분노나 놀람으로 이열치열을 느꼈지만 오싹하다는 생각을 드니 이게 호러의 맛인가 싶기도 했던 작품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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