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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인분만 할게요
이서기 지음 / 책수레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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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 p.17
신입 때는 늘 열심히 하자는 생각 하나로 달렸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보이는 열정으로 일 하나로 다 풀었다고 과언이 아니다. 원래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살 위인이 아닌데 말이다. 무조건 예스를 외치면서 남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뛰고 또 달렸다. 그렇게 그 시기를 보냈다.
지금도 중간보다는 신입에 더욱 가까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 아는 중고 신입이어서 그런지 생각이 바뀌었다. 요즈음 유행하는 MZ 세대의 영혼이 들어온 듯하다. 그저 급여를 받은 만큼만 하자는 마인드. 어차피 열심히 해도 상사가 만족하지 못하면 노력은 보지 못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조금은 일과 거리를 두려고 의식적으로 제어하는 중이다.
이 책은 이서기 작가님의 소설이다. 제목이 요즈음 내 생각과 비슷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직장인으로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 마음으로 조금이나마 덜고 나름 위로를 받고 싶었다. 아니, 더 나아가 동지를 얻고 싶었다고 해야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주인공 이서기는 공무원으로 같은 직업을 둔 남편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언니 내외, 가게를 하는 어머니와 직장인 아버지까지 남들이 보면 부럽다고 느낄 정도로 평범한 집에서 성장한 듯하다. 그런데 저자는 공직 생활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을 하지 못해 동료들에게 폐를 끼친다거나 신뢰를 보이지 못한다. 일부 상사는 못미더워하는 것을 넘어 대놓고 싫어하기도 한다. 또, 어떤 상사는 생각한다는 명목으로 그 날것의 뒷담화를 그대로 전하는 등의 무례한 모습을 보인다.
자존감이 깎여 힘들어하는 이서기에게 상사인 김주성 팀장은 진솔하고도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 준다. 더 나아가 동료들로부터 이서기를 지켜 주는 면모까지 보인다. 물론, 이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이서기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하고 싶어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괴리,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종종 공감이 되었던 작품이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죄책감을 겪는 모습들을 보면서 신입 시절에 혼났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고,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주었던 김주성 팀장의 모습이 당시 회사의 사수 모습이 겹쳐서 보였다. 그밖에도 전공을 포기해 새로운 꿈을 찾는 대학 동기들의 모습은 이서기의 친구인 김소라와 박민지로 치환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일부로 느꼈던 감정이었다. 제목에서 느꼈던 뉘앙스가 작품의 내용과는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예상했던 "1인분"의 의미는 2인분 또는 3인분 그 이상을 바라는 회사나 상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면서 일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소설의 "1인분"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0.5인분을 했던 주인공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저 한 사람의 조직 부적응기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이라면 다른 인물들의 생각이나 감정들에 공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직장생활의 공감보다는 무엇보다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일부 상사들의 태도가 더욱 화나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 지점에서 한 번 정도는 읽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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