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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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났어, 넌 죽은 목숨이야. / p.10

화수분처럼 소설을 발간하는 작가님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고 느끼게 된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시는 것에 대한 성실함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더 크게 와닿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재미없게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나에게는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에세이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외국 작가 하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유명하신데 에세이는 처음 접해서 선택한 책이다. 유명한 작품이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행성이라는 작품 외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는데 에세이가 궁금해졌다. 고양이, 개미 등의 작품을 읽게 된다면 작가에 대해 모르는 지금과 다르게 더욱 풍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처럼 쉽게 읽혀져서 좋았다. 어떻게 보면 일기는 생각이 들었는데 작가가 겪었던 많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서 풀어낸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그렇게 세상 만사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작가의 행동들을 보면서 조금 이해가 안 된다거나 새로운 인류 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첫 에피소드가 인상 깊게 남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열네 살에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큰 사건을 만난다. 친구들과 캠핑을 하던 중 인심 좋은 식당 주인의 배려로 일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한밤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는데 피가 낭자한 상황을 보게 되고, 갑자기 목숨을 위협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얼굴에 피로 범벅이 된 채 말이다. 위급한 순간에서 쥘리라는 아이가 이를 막아주었고, 그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른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공포감이 초반에 너무 강렬하게 와닿았기에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상상하면서 읽기보다는 그때 당시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감정에 집중을 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읽으면서 내가 만들어낸 상상력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려움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아마 나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다르게 두려움에 떨면서 울지는 않았을까 싶다.

일대기를 위인전으로 접하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일기 형식의 신변잡기적 이야기들은 읽을 일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마치 남의 소중한 일기를 훔쳐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며, 챕터마다 적힌 타로카드의 서두는 참 흥미로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며, 앞으로 읽을 작품들이 더욱 소중하게 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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