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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연인들 ㅣ 안전가옥 쇼-트 18
김달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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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 / p.8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소설의 전개 내용이 달라질 때마다 종종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누가 봐도 봄날의 화창한 날씨처럼 로맨스 제목인데 알고 보면 피가 낭자한 무협 이야기라든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스릴러 제목인데 읽다가 보니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내용들을 말이다. 제목으로 내용을 상상하는 게 편견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 들어 이런 예상의 오류를 범한다.
이 책은 김달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로맨스 이야기를 기대해 선택하게 된 책이다. 제목만 보면 사랑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고, 초록색의 표지는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이렇게 여름이 가고 있는 시기에 읽으면 몽글몽글한 설렘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크게 세 사람이 등장한다. 고다미라는 여자와 석영, 초코페라는 인물이다. 다미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재력을 가졌다. 그녀의 아버지 또한 화가로서 큰 명성을 얻었다. 그런 다미에게는 석영이라는 이름의 남편이 있다. 멀티버스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는데 다미는 석영이 멀티버스 세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륜의 상대는 초코페라는 닉네임을 가진 인물이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석영과 초코페 사이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아슬아슬한 세 사람의 관계는 터지고 만다. 그러면서 초코페는 다미에게 뭔가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게 된다.
우선, 그야말로 파국이라고 일컫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내용 자체에 큰 충격을 받았다. 누가 보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고, 또 예상했던 터라 그 충격은 꽤 크게 다가왔다. 거기에 초반부터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직설적인 단어들도 한몫했다. 전체적으로 아침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다미와 초코페라는 인물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에 집중하려고 했다. 사실 초반에는 두 사람은 적대적인 관계로 보였다. 흔히 말하는 석영의 원래 부인과 불륜 관계 당사자라는 게 그렇다. 드라마에서 자주 보다시피 두 사람은 한 남자를 두고 싸워야 맞을 텐데 다미의 배경이 초코페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물론, 다미 역시도 화목한 집안이라고 하기에는 문제점이 있겠지만 초코페 가정에 비하면 그나마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서로에게 끌리는 관계였는데 다미는 초코페에게 연민을, 초코페는 다미에게 묘한 느낌의 애정을 느끼는 듯했다. 그 지점이 흥미로웠다. 보통 알고 있는 감정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다른 의미로 석영에게 한방을 날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밖에도 멀티버스 세계에서 벌어지는 불륜을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심즈라는 게임이 떠올랐고, 게임에서 만나는 연애 관계가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지인들과 지금 만나고 있는 상대방에게 게임에서 다른 이성과 커플링을 맞추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바람이다로 논쟁을 벌인 적이 종종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육체나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바람이라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작품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디테일이 있다면 또 다르게 느껴질 듯하다.
요즈음 들어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많이 오르내리는 것 같은데 이 작품이 나에게 딱 그런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다. 가볍게 읽으면서도 도파민이 터질 정도로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마라탕을 활자로 맛보는 듯했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잠시 날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극적인 작품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