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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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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의 임무는 전쟁을 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임을 잊지 마라. / p.268
직업을 선택하는 순간에 비슷한 연령대의 지인들끼리 3D 업종은 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기억이 있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 당시에는 열심히 해서 전문직을 가지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은 딱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무엇보다 같은 직종에서 만난 이들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는 3D 업종에서 일해."라는 말을 나누고 있다. 나름 자격증까지 있는 전문직이지만 세상의 잣대는 또 다르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이 책은 이얼 프레스의 노동학에 관련된 도서이다. 더티 워크라는 제목에 관심이 갔다. 내용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의 오물을 처리한다거나 흔히 말하는 더러운 일을 하는 직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했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교도소 교도관, 도살장 노동자, 드론 전투원, 시추선 노동자라는 네 가지 직업이 등장한다. 물론, 마지막에 실리콘밸리의 연구원의 사례가 나오지만 이는 네 가지 직업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기 때문에 제외하고 보면 그렇다. 이들은 비윤리적이면서도 불결한, 그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한다. 또한, 백인이 아닌 다른 유색 인종들이 종사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저자는 이 직종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취재하면서 무엇보다 이러한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고 있다.
생각과 다른 내용이어서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읽는 내내 인덱스를 안 붙인 곳이 없을 정도로 꽤 인상 깊게 읽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 그리고 미국의 직종에 한정이 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르게 와닿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티 워크 노동자는 어떠한 직종이 있을지 나름 고민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아마도 공장의 외국인 노동자가 될 수 있을 텐데 다른 직종도 많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교도소 교도관과 드론 전투원의 사례는 조금 의외로 다가왔다. 교도소 교도관은 정신 병동에 한정되었는데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재소자들을 향한 학대와 뜨거운 물 고문 사건을 보았던 교도소 심리 상담 직원들은 큰 충격을 먹었다고 한다. 분명 비윤리적인 일이었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걸린 업이기에 이들은 대부분 함구했으며, 이를 제기한 직원들은 오히려 교도소를 떠나야 했다. 처음에는 교도소 교도관이 왜 더티 워크에 속해 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내용을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단순하게 교도소 교도관들의 개별적 문제가 아닌 이렇게 만드는 사회의 문제도 짚어주었기에 더욱 인상 깊었다. 읽으면서 돌봄 직종의 문제들이 떠올랐다.
또한, 드론 전투원은 크게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드론과 더티 워크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싶었는데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전쟁 중에 드론으로 표적에게 해를 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쟁에 투입된 병사들과 비슷한 종류의 PTSD를 얻게 되는 듯했고, 큰 문제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기술 발전으로 생긴 새로운 직업이어서 흥미로움과 결국 이렇게 더러운 일들은 백인이 아닌 소외받는 유색인종이 행한다는 점에서 답답함이 들었다.
노동이라는 성스러운 일에 대한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었다는 점에서 참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3D 업종에 대한 멸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노동의 윤리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