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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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경험한 무시무시한 일은 대개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일어났다. / p.9

지금은 부정하지 않지만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듣기 싫었다. 적어도 학창시절의 기억속에 있는 아버지는 누구보다 예민하신 분이었으며, 어떻게 보면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이다. 나름 자녀들에게 하는 유머는 그저 불편하기만 했고, 왜 그렇게 말을 무뚝뚝하게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참 싫었고, 그런 모습에 투덜대면 그게 곧 부녀 간의 말다툼으로 번졌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지금 아버지와 나를 다 아는 어른들, 그리고 가족들은 아버지의 모습과 판박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무던한 척하지만 누구보다 예민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말투도 참 무뚝뚝하다고 한다. 같은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오히려 되묻는 경우도 많았다. 이십 대 시절에는 아버지와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삼십 대가 넘어서면서부터는 아버지의 자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인정하고 산다.

이 책은 칼 짐머의 과학 도서이다. 학창시절에 생물 과목을 좋아했던 사람이기에 큰 관심이 갔다. 유전학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지식들을 다시 되새기고, 또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된 책이다. 그 지점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읽는 내내 조금 어려우면서도 쉬웠다. 우선,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 다르게 800 페이지가 넘는 양장본의 책이기 때문에 손목에 가해진 힘만큼이나 부담감이 들었다. 거기다 소설도 아닌 비소설의 과학책이라니. 아무리 생물을 좋아했다고 하지만 졸업한 이후로는 배운 적이 따로 없던 터라 기대감만큼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준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러나 과학책은 과학책이다. 아무리 쉽게 기술한다고 해도 용어들에 대한 낯선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학교 다닐 당시에 배웠던 멘델의 법칙과 우생학 등의 이야기가 반가우면서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부분은 근친혼에 관한 내용이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귀한 혈통을 유지하고자 근친 관계에서 번식을 해 자녀들을 낳았다. 그러나 그들은 없었던 희귀한 질환들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 예시로 드러나는 게 합스브루크 턱이다.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기는 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무지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다른 외부 종과 번식하는 이유는 더욱 강해지기 위함이었을 텐데 말이다.

자신의 딸의 유전병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책의 도입부터 전체적으로 참 인상 깊었던 책이었다. 과학에 대한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 800 페이지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유전학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은 재미있고 또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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