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최소망 지음 / 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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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돈이 되는 세상이 온 거야. / p.11

같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더라도 혼자 안 울 때가 더욱 많다 보니 오래 알고 지인들에게 참 눈물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그렇다고 눈물을 아예 안 보이는 편은 아닌데 대부분 직장에서 혼나거나 억울한 일을 겪는 상황에서 분노의 눈물을 자주 보았을 것이다. 가장 눈물이 자주 나오는 때가 아마 화를 주체하지 못해 나오는 순간일 듯하다. 적어도 지인들 앞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생각보다 참 눈물이 많은 편이다. 의사와 환자의 에피소드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되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애절하게 사랑하는 장면에서 그 두 사람이 안타까워서, 어려운 환경에서 이를 승리로 물든 스크린 속의 대한민국 선수들이 자랑스러워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너무 좋아서 눈물을 흘린다. 어디까지나 혼자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사람이 있을 때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절제하는 것일 뿐이다.

이 책은 최소망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을 가만히 읽고 있으니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판타지 소설을 종종 읽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들보다는 덜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눈물이 어떻게 입금이 될까. 적어도 머릿속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제목을 보면서 분석을 했고, 나름 논리적으로 줄거리를 예상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엠마라는 여성이다. 친구들의 아르바이트를 대신해 준다거나 누구보다 깊이 공감해 줄 수 있는 참 착한 인물이다. 그녀의 측근들은 눈물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자제하라고 은근슬쩍 눈치를 주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엠마는 남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중 눈물이 돈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재산은 이제 휴지 조각이 되고, 니블이라는 로봇으로 눈물을 측정해 눈물을 흘리는 원인과 종류에 따라 돈이 입금된다. 그야말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이가 부자가 되는 것이다. 엠마는 한 교수님의 티켓으로 눈물관리청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눈물을 흘린다. 소설의 주된 스토리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엠마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참 수월하게 읽혔던 작품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성향이기는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의 약점이 상상력이 약하다는 것인데 이 작품은 설정 자체만 판타지 느낌이 강할 뿐 주인공이 겪는 상황이나 등장 인물들의 스토리들은 현실 세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거기에 눈물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상황이나 배경적인 측면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읽다 보니 더욱 쉽게 완독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각각의 인물이 가진 감정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지만 밀린 집세와 돈 걱정을 해야 하는 등장 인물이 베개를 끌어안은 눈물들이 모여 이를 바로 해결할 수 있었을 때, 이길 의지와 열정조차도 잃어버린 한 축구단의 주장이 잘하는 팀과 정정당당하게 붙어 기쁨의 눈물을 흘릴 때 등 각자의 이유로 눈물을 흘렸던 이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과거의 내 모습이, 응원하는 야구단의 경기 장면들이 떠올랐다.

서두에 밝혔던 것처럼 남들에게 보이는 눈물은 약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 그동안 감정 표출을 자제해왔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아마 내가 엠마라면, 그 도시에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빈털터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 보이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가 되었던 지점은 새롭게 와닿았던 부분이다.

극적인 사건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부분은 없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보편적인 감정이기에 가볍게 눈물 흘릴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한 슬픔보다는 희망찬 눈물이 어울리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기분 전환 용도로 읽기에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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