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 p.17

유독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들은 비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동이 읽는 동화에는 히어로처럼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거나 착한 사람들만 모인 아름다운 세계가 등장하지만, 어른들이 읽는 소설은 그와 반대로 학대를 받아 힘들어한다거나 폭력으로 물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동화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아이는 행복하게 성장하지만 소설의 스토리의 주인공들은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그나마 가상이라는 게 전자에게는 안타까움이자 소망, 후자에게는 다행스러움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에서 보이는 아동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는 슬픔을 주는 동시에 나도 모르게 끌리는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늘 관심이 가지고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어른들의 무지와 폭력으로 힘들어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수도없이 분노했고, 그만큼 더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같은 어른이 되었다. 아마 잊지 않기 위해 힘들어하면서도 이렇게 아동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클레어 키건의 단편소설이다. 줄거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조금은 비관적이거나 자극적인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아동들의 이야기를 보았는데 반대로 방치된 아이의 찬란한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게 눈길을 끌었다. 조금은 희망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가정으로부터 소외를 받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보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 아이의 관심에도 무시한다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에게 짧은 기간 지내게 된다. 이야기는 그 기간동안 친척과 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읽는 내내 건강한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별하게 임팩트를 주는 사건의 전개보다는 소소하고 섬세하게 그려진 이야기들이었다. 주인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거나 반응을 해 주고, 새로운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보통의 평범한 가정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드라마틱하게 주인공이 변화된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문이 들었지만 중반을 넘어서부터 마치 스며드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방학 때 할머니 댁에서 만들었던 추억이 지금까지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있는데 그때가 다시 떠올라서 추억의 여행을 떠나게 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