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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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네 인생을 살아야지. / p.53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 이별이라는 것에 관대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어른의 나이가 되어서도 이별에는 한없이 어려운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정이 들었던 친구와의 이별, 늘 그늘이 되어 주었던 조부모님과의 이별, 일하는 현장에서 종종 겪었던 이용인분들과의 이별 등 지금도 경험하고 있지만 늘상 어렵고 또 슬프다. 그저 이별 앞에서는 어린이가 되는 기분이다.

이 책은 구보 미스미의 단편 소설집이다. 딱히 줄거리 정보 없이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이름 하나로 선택하게 된 책이다. 어디까지 개인적인 선호도이기는 하지만 나오키상을 받은 작가나 작품이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모든 작품이 내 스타일에 맞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평균은 했었다는 점에서 믿음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집에는 다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정보를 모르고 본 상태이다 보니 소재 자체가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실에서 있을 법하거나 충분히 상상 가능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그들의 감정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지만 감정 자체를 오롯이 느껴지다 보니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처음에 실린 <한밤의 아보카도>라는 작품이다. 처음은 주인공이 아보카도를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다 아보카도 씨앗을 심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화분에 옮기겠다는 실질적인 방법으로까지 발전되었고, 더 나아가 이야기는 쌍둥이 자매의 죽음과 연인과의 이별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실 연인의 죽음보다는 쌍둥이 자매의 죽음이라는 포커스에 맞춰 읽었고, 그 지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래도 쌍둥이와 비슷힌 환경에서 자란 연년생의 형제자매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주인공이 동생을 잃음으로서 느꼈던 심정과 아보카도 씨앗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더욱 인상 깊게 느껴졌다. 너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은 참 읽으면서도 울컥했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사건이나 일들이 휘몰아치기보다는 잔잔하고도 일상적으로 스며드는 이야기들이었는데 그 지점이 여운을 주었다. 또한, 책으로 읽는 이별도 여전히 힘들었다. 마치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이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활자로 읽는 행위보다는 활자에서 느끼는 감정이 유독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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