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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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뭘 해야 될지 잘 안다. / p.14


요즈음 신으로 모시는 분이 한 분 계신다. 태어나서 한번도 실물로 뵙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먹고 살 수 있었는데 그분이 바로 요리연구가 백종원 선생님이다. 원래 무언가 만드는 것을 귀찮아 하는 편이어서 혼자 있을 때에는 끼니를 거르거나 가볍게 라면으로만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자취를 하다 보니 평소에 하던 것처럼 살아간다면 영양실조가 오거나 굶어 죽을 판이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무언가 해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예전에 했던 요리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활용해 이것저것 저녁을 해서 먹고 있다. 주어진 레시피에 충실하게 계량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완벽하게 똑같은 맛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 먹을만하게 만들어진다. 물론,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애너벨 앱스의 장편소설이다. 요리를 하는 것을 누구보다 귀찮게 여기지만 이상하게 요리가 나오는 작품은 꽤 많이 읽었던 것 같다. 특히, 힐링 소설이라는 장르가 유행하면서부터는 식당이 공간적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나름 적당히 읽었는데 대체적으로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다 보니 요리가 소재로 사용되거나 식당에서 벌어지는 작품이라면 나도 모르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목에 나오는 것처럼 일라이저라는 인물이다. 사실 읽으면서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현재 레시피라고 불리는 요리책을 만든 분이라고 한다. 일라이저는 요리보다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당시 시인이라는 세계에서 배척이 되어진 시대상과 점점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다. 대신 요리책을 쓰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그동안 주방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일라이저는 요리책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요리에 소질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던 그녀이기에 앤이라는 이름의 보조와 함께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요리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앤은 요리사라는 직업을 가지기를 원했기에 누구보다 딱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앤으로부터 여러가지 요리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고, 같이 시도하면서 운영하는 하숙집에서 테스트를 하고, 점점 레시피를 하나씩 완성해나간다. 이 두 사람의 우정과 요리책에 대한 열정을 담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한 가지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건 바로 일라이저의 마인드이다. 우선,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데 작품에도 드러나듯이 여류 시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지금처럼 보편적이지 않은 듯했다. 누구보다 시를 쓰고 싶어하던 일라이저가 출판사로부터 요리책을 쓰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아마 기회보다는 실망이 컸을 것으로 보였다. 아마 나의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자괴감에 빠졌을 텐데 일라이저는 중산층 여성들을 위한 레시피를 만들기로 생각을 바꿔 이를 실천에 옮긴다. 이 부분이 참 본받을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나아가 레시피에 대한 열정도 높이 보게 되었다.

또한, 시대에서 요구하는 여성상과 다르게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과 우정 또한 와닿는 지점이 있었다. 사실 영미 소설 특유의 전개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처음에는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앤과 일라이저의 시점이 번갈아 진행되는데 이미 알고 있음에도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나 늘 그렇듯 어느 정도 전개가 진행되면서부터는 몰입할 수 있었고,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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