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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저자 은유 추천
낸시 슬로님 애러니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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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자전적 에세이 쓰기가 치료제라고 확실하는 이유다. / p.12
예전부터 나의 이름을 새긴 책을 하나 집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아마 이는 되게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던 것 같다. 나름 머릿속으로 등장 인물들을 조합하면서,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면서, 다양하게 생각했었다. 부끄럽지만 학창 시절에는 당시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을 인물로 해서 소설을 공책에 끄적이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들킨 적이 있었는데 잘 쓴다면서 칭찬을 해 주었다. 물론, 지금 보면 이불을 차고 싶어질 정도로 별것 없는 내용이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도 하나의 꿈으로 간직하고 있는데 상상력이 워낙에 부족한 탓에 소설은 이미 포기했다. 에세이로 바꿔서 나만의 글을 적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에세이들을 읽다 보니 너무나 평탄하고도 안전한 삶을 살아온 듯하다. 그렇다고 에세이스트의 삶이 다르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의 삶은 그저 직선이었고, 직선을 도형으로 바꿀만한 글재주도 없다.
이 책은 낸시 슬로님 애러니의 글쓰기에 관한 도서이다. 아직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작가로서의 열망을 피우고자 나름 컴퓨터에 저장한 글들이 있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실 글쓰기 도서들을 읽으면 너무 정형적인 내용이 담길 것 같아서 그동안 안 읽었지만 이상하게 이 책은 뭔가 관심이 갔다.
처음은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시작이 된다. 저자는 어린 나이에 당뇨를 진단받은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은 이십 대에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새로운 병을 얻었다. 십육 년이라는 시간동안 남편과 아들을 돌보았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삶을 살아가면서 아픔과 상실 등 부정적인 감정을 글쓰기로 치유를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글쓰기 워크숍을 열어 많은 사람들과 에세이를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읽었던 글쓰기 도서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보통은 글쓰기에 대한 디테일한 기술이나 경험들을 알려 주었는데 그런 기술 도서보다는 에세이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경험했던 일을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어떻게 치유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챕터에 실린 내용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내용이 참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성격이다. 대놓고 성격이 드러나는 내용은 없지만 읽는 내내 참 유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픈 아들을 케어하는 상황이 어렵고 힘든 일임에도 불구하고 글만 읽으면 나도 모르게 웃게 된다. 아들의 용변을 뒤치다꺼리하는 상황에서 남편은 민망한 상황을 연극톤으로 해소했고, 아들은 웃어 넘겼다. 그밖에도 환경을 민감하게 생각하는 남편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모습에서도 이를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는 저자가 인상 깊었다.
두 번째는 글쓰기 기술에 관한 부분이다. 이 책에 두 가지 특이점이 눈길이 갔는데 하나는 저자의 이야기 또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길잡이라는 이름의 짧은 글이다. 어떤 글들은 마인드 측면에서 도움을 주었고, 또 다른 측면의 글들은 실실적인 도움을 주었다.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일을 가지고 세 번을 고쳐서 쓰는 부분이 하나의 꼭지로 등장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감탄이 나왔다. 역시 에세이를 적는 사람은 무언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니 최고의 가르침은 직접 시범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딱 그런 조건에 맞아 떨어지는 도서라고 보여졌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손수 끄집어 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에세이를 읽는 느낌을 주는 듯했는데 이 지점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에세이를 적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간절하게 올라왔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삶 역시도 만리장성에 오른다거나 세계 일주를 하는 등 극한의 경험을 하지는 않았다. 아들을 케어하는 게, 또 아들을 먼저 보내는 게 어떻게 보면 역경이기는 하겠지만 저자와 다른 경험과 역경이 있었다는 측면에서 글을 읽고 나니 큰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