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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브이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23
박서련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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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뼉 한 번 치고 시작합시다. / p.9
SF 소설을 종종 읽지만 요즈음 읽는 소재를 보면 이상하게 로봇의 이야기로 수렴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휴머노이드가 주인공이 되는 소설을 말이다. 그래도 초반에는 우주부터 시작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았는데 정보 하나 없이 보고 골라도 결국에는 로봇 또는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 자주 읽으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것을 보면 취향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박서련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과 자주 읽는 출판사의 조합이니 참새 독자로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동안 박서련 작가님의 <체공녀 강주룡>과 <마법 소녀 은퇴합니다>라는 장편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고, 종종 앤솔로지 에세이나 소설을 읽었던 사람으로서 취향에 맞는 작품들이 많았다. 또한, 안전가옥 출판사의 신작을 믿고 보고 있기에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생이다. 처음은 세계 거대 로봇 올림피아드라는 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응급 구조 분야에서 상대와의 활약으로 상을 받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일 년간 로봇 연구를 하러 나갔던 교수님의 추천으로 프로젝트 브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우람은 조건조차도 되지 않았지만 쌍둥이인 보람의 의견으로 접수하게 된다. 대회에 출전한 우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역시 믿고 보는 조합은 늘 재미를 준다. 저자 특유의 문체와 스토리텔링은 순식간에 책장을 넘기게 했고, 자주 읽는 로봇이라는 소재라는 점에서 이해 또한 어렵지 않았다. 술술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동안 읽었던 큰 줄거리와 다르게 로봇 공학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다르게 느껴져서 이 부분은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전반적으로 킬링타임으로 읽을 수 있었으며, 읽고 나서는 생각이라는 점에서 여운도 남았다.
로봇 대회 출전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그것보다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던 부분이자 인상 깊었던 점은 성별이었다. 사실 10 % 이상 읽을 때까지 주인공이 당연하게 남성이라고 생각했다. 이름부터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이 붙이는 이름이며, 로봇 공학을 한다는 설정 역시도 공학 분야가 남성에게 더욱 익숙한 분야이기에 자연스럽게 편견으로 이어졌다. 쌍둥이인 보람 역시도 크게 의심없이 여성으로 설정하다 오빠라는 호칭이 나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러면서 성별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스스로를 반성했다.
거기에 끝나지 않고 프로젝트 브이의 조건 역시도 남성만 가능하다는 점을 통해 뿌리 깊게 내린 성별에 대한 인식을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예전에 비해 경계점이 많이 흐려져서 남성 간호사, 여성 자동차 정비사 등을 주변과 매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게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지만 이렇게 작품으로서 고정된 역할을 보니 답답함을 느꼈다. 성별 구분이 없는, 적어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성별 역할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은 조금 특이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SF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 현실감이 와닿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화자가 여성인 작품을 많이 집필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마 그동안 인상 깊게 보았던 독자라면 이 작품 역시도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나와 같은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