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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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녀에게 나는 생면부지의 타인인 것이다. / p.14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기억 자체에 크게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다. 그냥 가끔 떠올리는 추억 정도로 남겨두는데 말도 안 되는 상상과 함께 기억을 조합하는 것은 나름의 재미이다. 그 중 하나가 기억을 가져오거나 생성하거나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크게 미련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막상 답이 떠오르지는 않다.

이 책은 미아키 스가루의 장편소설이다. 본의 아니게 일본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고 있는데 나름 취향에 맞았다. 특히,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청소년기의 사랑 이야기처럼 예상이 되기도 했었는데 그 지점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치히로라는 인물이다. 부모에게 크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그렇게 기억에 남는 유년 생활을 보내지 못한 듯하다. 치히로는 과거의 기억들을 잊기 위해 레테라는 이름의 기억을 지워주는 알약을 먹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레테가 아닌 첫사랑을 다시 기억하게 해 주는 다른 기능을 가졌던 것이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청춘을 기억해 준다. 그 약을 먹고 치히로는 소꿉친구인 도카를 떠올리게 되고, 거짓말처럼 도카가 치히로에게 나타난다. 이야기는 그렇게 치히로와 도카의 로맨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는 내내 색다른 용어들이 눈에 들어왔던 작품이었다. 처음에는 용어에 대한 해설이 짤막하게 실려 있는데 아마 저자가 만든 가상의 용어인 듯했다. 그런 지점이 나름 흥미로우면서도 재미있었다. 또한, 로맨스와 SF 장르를 결합한 새로운 느낌을 주어서 몰입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딱 한 가지의 생각이 머리를 관통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기억에 대한 상상을 종종 했었는데 나라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싶어할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치히로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 아무래도 누가 봐도 외롭고 쓸쓸한 유년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면 어떤 가상의 기억을 소환하고자 했을까. 읽으면서 나름 진지하게 고민을 한 결과는 유명한 이들의 지식을 꺼낼 수 있는 기억의 기능이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상상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소설로 돌아가 레테와 그린그린이라는 두 가지 종류 중 하나를 고르자면 후자를 택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로맨스 스토리를 기대하면서 읽었지만 SF라는 장르가 가미되어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읽었던 일본 작가의 로맨스 소설과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기도 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신선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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