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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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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인간 사용 설명서는 없나요? / p.10
스스로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미안하게 될 때가 있다. 대부분 실수나 부정적인 일로부터 벌어진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책하게 된다는 것이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능력을 의심한다. 단순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왜 태어났는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피해를 주는지 등 다양하게 사과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카밀라 팡의 과학 도서이다. 제목부터가 참 인상적이었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자책하게 될 때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얻고 싶은 마음이 가장 강했고, 저자의 이력도 꽤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읽으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저자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활용하는 과학자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덟 살 때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스물여섯 살에 ADHD를 진단받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인간 심리와 행동으로 풀어내었으며, 시작은 다섯 살에 시작된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시에 어머니께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고 하는데 적어도 진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이렇게 어렵지 않은 과학책은 오랜만에 본 듯했다. 사실 과학적인 용어나 지식 자체가 없는 편이어서 나름 걱정을 했었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 용어에 대해 설명해 주고, 그 하위 개념이나 연관 용어들을 분류해서 자세하게 기술이 되어 있다. 아마 청소년들이 읽는다고 해도 온전히 내용을 흡수할 정도로 친절하고도 세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의 심리와 철학들로부터 생각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는 부분이 좋았다.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생각을 했었다. 첫 번째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편견이다. 최근 인기 드라마였던 이상한 나라의 변호사 우영우의 영향으로 조금은 나아진 듯하지만 그래도 현장에 있으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직장인으로서 보았을 때에도 자폐스펙트럼장애는 그저 돌발 행동을 한다거나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등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과학적인 지식이나 개념들을 활용해 설명해 주는 부분은 참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삶의 의미이다. 저자가 과학의 지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루어진 챕터의 마지막은 방법으로 끝나는 점이 인상적이다. 마치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만든 지침서처럼 말이다. 머신러닝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지도학습과 비지도학습을 설명해 주고 더 나아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발전되는 이야기로부터 다양한 내용이 나왔는데 하나하나 흥미로웠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인간을 탐구하면서 무언가에 몰두해 어떠한 자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존경심이 많이 들었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 삶의 고민, 그리고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독자라면 많은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