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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라 휠러와 키스했다
케이시 매퀴스턴 지음, 백지선 옮김 / 시공사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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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는 조금은 샤라를 이긴 기분이었다. / p.24
예전에는 로맨스 소설이 이성 간의 사랑이었다고 하면 최근에는 조금 더 범위를 넓혀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다룬다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보수적인 유교 문화권인 대한민국에서도 한국의 작가님들께서 동성 간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재를 소설로 집필하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심지어 생각보다 꽤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대한민국이 개방적인 문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케이시 매퀴스턴의 장편소설이다. 편견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서 제목 자체가 너무 직관적이고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짜고짜 제목에 키스했다는 말이 나오다니 조금 당황스러우면서도 묘하게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클로이는 동성의 부모를 두었지만 보수적인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녀가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는 샤라 휠러라는 학생이 클로이에게 키스를 하고 사라진다. 클로이는 자신에게 키스하고 사라진 샤라 휠러를 찾는 것과 동시에 다른 친구에게도 키스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로맨스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단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정형화된 사랑의 존재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클로이는 같은 성별의 부모를 두고 있다. (사실 부모라는 말 자체가 남성의 아버지와 여성의 어머니를 가리키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클로이의 부모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클로이도 양성애자이다. 우리가 흔히 받아들여지는 헤테로, 이성 간의 로맨스가 아닌 동성애, 양성애 등을 표현한다는 지점에서 묘했다.
반대로 학교는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어 보수적인 집단이었다. 결론적으로 샤라 휠러의 행동 자체가 이에 대한 도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들을 거부하는 집단에서 오히려 이를 표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주었다.
생각보다 퀴어와 에이로맨스 등의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을 소설을 통해 만나고 있음에도 로맨스 소설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헤테로의 연애라는 예상을 했던 것에 대해 반대로 다시 한번 편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통통 튀는 청소년기의 연애담을 생각했지만 생각과 여운만큼은 조금 무겁게 와닿았던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