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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코드
캐럴 스티버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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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의 씨앗이었다. / p.13
도구나 기구에 대한 관심은 많이 가지고 있지만 로봇에는 큰 관심이 없다. 로봇은 남자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가르치는 시대에 자랐기 때문이다. 이성 친구들과 함께 말뚝박기 게임을 즐기고, 딱지를 모았던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상하게 로봇만큼은 거리를 두면서 살아왔다. 그만큼 여자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인형도 거리를 두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SF 소설의 소재 중에서 로봇 이야기만 보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인간 사이의 감정을 다룬 소설에서도 울컥하는 순간이 많기는 하지만 최근 읽었던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에서 휴머노이드와 주인공의 우정 이야기, 로봇과 인간의 우정을 그린 소설까지 지금 떠오른 작품만 해도 손가락을 다 채우고도 남는다. 유독 관심이 간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캐럴 스티버스의 장편소설이다. 처음에 선택한 이유는 나의 닉네임과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코드라는 닉네임을 붙여서 사용하는데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거기에 마더코드라는 단어 자체가 새롭게 느껴져서 읽게 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로지라는 로봇과 그가 키우는 카이라는 아이이다. 특히, 로지는 마더코드 프로젝트는 로봇에게 배양된 세포를 주입하고 더 나아가 양육까지 한다. 카이는 로봇인 로지로부터 모성애와 유대 관계를 느끼게 된다. 바이러스와 전염병 등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에서 이를 지키기 위해 만든 마더코드의 이야기, 그리고 로지와 카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선호하는 소재이다 보니 흥미롭게 읽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로 남았다. 꽤 두꺼운 페이지 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선호하는 소재이다 보니 흥미롭게 읽었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의 SF 소설은 아니었기에 그렇게까지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몰입감이 느껴졌다.
읽으면서 두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로봇이 인류의 모성애를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유대관계와 우정을 그린 작품은 많았지만 어머니의 자리를 채우는 로봇의 이야기, 로봇과 인류의 모성애를 그린 작품은 처음 보았다. 흔히 모성애라고 하면 생명을 품었을 때부터 시작되는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로지와 카이의 모습들을 보면서 진지하게 해답을 내려보려고 했었다.
두 번째는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소설에서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해 마더코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전염병과 바이러스가 탄생해 세계를 휩쓰는 주기가 점점 빨라짐을 느끼는데 SF 소설임에도 이런 부분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가볍게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피부에 닿는 이야기는 꽤 묵직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인간의 영생과 모성애는 너무나 현실적인 주제이기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읽는 내내 영상으로 그려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점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