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 : 쿠쉬룩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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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등에서 오래전 내가 기억하던 영이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 p.68

요즈음 다른 때보다 소설을 많이 읽고 있다. 아무래도 매일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다 보니 이해가 쉽고, 금방 읽을 수 있는 분야를 찾게 되는 것인데 그게 소설과 에세이이다. 원래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올해 들어 80 % 집중이 될 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상이 안정되면 비소설로 눈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일곱 명의 작가님들께서 참여하신 단편 소설집이다. 선택하게 된 이유는 딱 하나이다. 믿고 보는 작가님의 작품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던 사람이자 이제는 작가님의 팬이 된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거기에 작년에 읽었던 <우리가 별을 볼 때>를 집필하신 이혜오 작가님의 이름이 보여서 더욱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작품집은 소설을 발표한 지 오 년이 되지 않은 작가님들의 소설이 실려 있다. SF 장르를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었고, 마치 일상에서 본 듯한 느낌을 주는 현실적인 작품들도 있었다. 짧은 소설들이라는 점에서 금방 읽을 수 있었으며, 나름 각각의 매력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보았다.

개인적으로 두 편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서혜듬 작가님의 <영의 존재>라는 단편이다. 화자는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 자리에서 영이라는 이름의 친구와 친해진다. 둘 다 가정사를 가지고 있는 친구이기에 이 지점이 공통분모가 된 듯하다. 영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고, 어디인가 외롭거나 쓸쓸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화자의 생일에 같이 아르바이트를 가자며 제안한 영이는 자신의 아르바이트 비용을 털어 케이크를 사 준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영이에게 질리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이는 멀어졌다. 그동안 잊혀진 영이가 화자의 결혼 소식에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두 번째는 이혜오 작가님의 <하나 빼기>라는 단편이다. 화자는 지안, 전학을 온 연이와 친해진다. 지안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으며, 연이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친구였다. 셋은 그렇게 같이 어울려 다니면서 비밀 일기를 만들어 가족이나 다른 친구들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적고, 지안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더욱 유대 관계를 견고하게 쌓아간다. 그러던 중 지안이 이유도 없이 연이와 화자를 피한다. 또한, 연이와 화자 사이에서도 균열이 생겼다.

두 작품 다 현실적으로 느껴졌다는 측면에서 인상적이었다. 친구 사이에서 거리를 둔다거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경험들을 했었기에 화자가 느낀 감정들이 오롯이 와닿았다. 영을 바라보는 화자의 관점에서 과거에 비슷한 성향의 친구를 떠올렸는데 이십 년이 지나 그 친구를 잊고 살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또한, 두 번째 작품에서는 결말 부분에서 화자의 절망감과 무너지는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무리는 홀수여서 안 된다는 말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밖에도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을 비롯해 다른 작가님들의 단편 역시도 가볍게 읽고 공감할 수 있었다. 새로운 작가님들의 발견과 작품은 늘 설렘을 준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이 책이 첫 번째 발행이라고 들었는데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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