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비
청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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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외롭고 혼자야. / p.201

원래 달콤한 맛을 가진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거기에 유일하게 예외가 되는 음식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사탕이다. 회사 다니면서 두 번째 서랍은 늘 사탕으로 가득 채웠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우울할 때 하나씩 꺼내 먹으면 그렇게 세상 좋을 때가 없다. 오죽하면 같이 일하는 동료는 사탕이 곧 담배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로 말을 건넨 적이 있을 정도로 당시에는 사탕 중독에 빠지다시피 했다.

이 책은 청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읽었던 작가님의 장편소설 <물망초 식당>이 되게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그동안 부족했던 인류애를 채운다고 할 정도로 따뜻하게 읽었던 작품이기에 이번 작품은 작가님만 믿고 읽게 되었다. 거기에 제목 또한 사탕비라는 점은 뭔가 따뜻하고도 달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시안이라는 이름의 사람이다. 화자가 살고 있는 청백성이라는 곳은 사탕비로 인해 인류가 피난 온곳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사탕비의 원료로 만든 사탕을 먹으면서 살아간다. 시안은 일 년간 잠들어 있다가 깨어났고,시온과 함께 거주한다. 그곳에서는 캔디 인간을 색출하는 투표가 이루어지는데 투표를 많이 받은 사람은 사탕비를 맞아 죽음에 처한다. 투표로 지목을 받은 이가 사람인지 캔디 인간인지는 죽어야 확인이 된다. 거주하는 여러 사람들을 서로 의심하고, 또 파헤치면서 시안이 보고 듣는 청백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읽으면서 전작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사실 물망초 식당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었기에 더욱 와닿았는데 이번 작품은 SF 소설의 느낌을 받아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다. 방사능이 포함된 사탕비를 맞아 인류가 죽어갔는데 반대로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방사능 사탕을 먹고 인류가 살아간다는 게 아이러니한 소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지식이 없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시온은 시안에게 직접 보고 판단하라는 뉘앙스의 조언을 한다. 사람을 투표하는 상황에서 시안은 사람들을 의심하거나 캔디 인간을 색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시온의 조언과 다르게 다른 이들의 행동이나 말을 듣고 또는 자신의 감정을 앞세워 괜히 의심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참 인상 깊게 다가왔다. 자신이 본 것도 아닌데 남의 말만 듣고 다른 사람에게 투표를 해 죽음으로 몰아간다거나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는 이를 캔디 인간으로 몰아간다. 이게 어떻게 보면 너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 있게 와닿았던 부분이었다. 스스로도 보고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 들기도 했다.

두 번째는 인간의 본성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에 집중했다. 특히, 불신과 시기, 질투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강하게 느꼈다. 영감을 보낸 할머니께서 증오의 감정으로 시안을 꼬드긴다거나 과학적 데이터가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시안을 싫어하는 사람 등이 그렇다. 물론, 캔디 인간을 색출하며, 죽음이라는 큰 문제가 걸린 일이기에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본성이기는 하나 이러한 부분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다.

내용 자체는 술술 읽혔지만 부정적인 감정의 찌꺼기들이 꽤 무겁게 자리 잡았던 소설이었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매력을 주었다. 전편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던 작품이어서 작가님의 다음 소설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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