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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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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표범이 말하며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 p.14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기호이겠지만 케이크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카페에 가서도 같이 간 지인들이 케이크를 주문해 먹자고 해도 그냥 포크 드는 시늉만 할 뿐 한입도 먹지 않고 둔 적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한국적인 입맛의 소유자이기에 케이크보다는 떡이 조금 더 취향에 가까운 듯하다.
이 책은 에이미 벤더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태어나서 레몬 케이크를 본 적이 없다. 물론, 시중에 레몬 케이크가 나와 있을지 모르겠지만 케이크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당근 케이크는 들었어도 레몬 케이크는 처음 듣는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로즈라는 여자 아이는 아홉 살이다.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케이크를 먹으면서 자신이 가진 새로운 능력을 알게 되는데 이는 음식의 맛을 보면 만든 사람의 감정을 미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오빠 친구 조지에게 이러한 상황을 말했다. 그러나 말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던 듯하다. 로즈가 요리를 먹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참 흥미로운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각은 느낄 수 있는 감각이고, 감정 또한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을 텐데 미각과 감정의 연결선은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 마치 하늘과 땅처럼 멀게 보였고, 어떻게 보면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로즈가 경험하는 미각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점이 꽤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어떻게 미각으로 표현될까, 하는 부분이다. 로즈는 점원의 애인이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사랑해 달라는 외침을 들었고, 어머니께서 만든 파이를 먹으면서 몰랐던 어머니의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이를 고통스럽게 혀를 뽑아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기대한 것은 어떻게 이를 맛으로 표현하는지 궁금했었는데 미각으로 표현이 되기보다는 만든 사람의 감정과 로즈의 마음이 더 잘 드러나 있었다.
로즈의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았을지 조금 상상을 해 보았던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한국 속담이 떠올랐는데 맛을 보면서 만드는 사람의 감정을 오롯이 느낀다는 게 아홉 살 어린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겁지 않았을까 싶다. 마치 어머니께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알게 되었던 로즈의 모습처럼 말이다.
레몬 케이크처럼 달콤하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는다면 조금 감정이 다르게 와닿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로즈의 능력을 통해 벌어질 수 없는 능력을 스스로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좋았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