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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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야,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 p.24

스스로 겁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주위에서도 회피형의 유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이를 피하려고 할 때마다 지인들은 냉철하게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이겨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만큼 이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하다. 피한다고 해서 혹은 도망을 친다고 해서 그게 능사는 아닐 텐데 말이다.

이 책은 전 아나운서인 김수민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스스로 피하는 것에 대해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목에서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보통 사회는 이겨내라 또는 견뎌라 등의 헤쳐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도망가는 게 뭐 어떠냐는 대답은 조금 흥미로웠다. 어려운 순간마다 쥐구멍을 찾거나 도망칠 궁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공감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최연소 SBS 아나운서로 입사했으나, 기대와 달리 슬럼프라고 불릴 수 있는 위기와 회의를 느꼈던 듯하다. 그리고 결국은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삼 년 차에 퇴사를 했다고 한다. 아나운서라는 꿈을 꾸게 된 일부터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 퇴사에 관한 이야기, 로스쿨 시험을 준비했던 이야기, 다시 학업으로 돌아가게 된 이야기, 남편과 임신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겨 있다. 저자와 비슷한 또래이며, 퇴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에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남았다. 첫 번째는 퇴사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저자는 어렵게 동경하던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었지만 현실은 달랐다고 한다. 긴장감 속에서 수면에 어려움을 겪었고, 성취감과 자기만족도 느끼지 못했다. 이를 두고 가난했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금전적인 가난이 아닌 마음의 가난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이를 두고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성인으로서의 책임감 등을 언급하시면서 반대하셨다고 한다.

경험을 비추어 보면 나 역시도 삼 년 차에 안정적인 정규직 직장을 때려쳤다. 저자와 비슷한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이 글로 표현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의 반응 역시도 현실적이었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분명 통장은 채워져 있으나, 월급일이 되자마자 퍼가는 공과금으로 결론적으로 통장이, 그리고 번아웃으로 마음까지 가난해진 상황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것은 버틸 수 없는 일이었다. 저자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두 번째는 저자의 생각이다. 사실 퇴사를 앞두고 스스로 비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러한 일 하나 못 참고 지르는 게 한심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저자는 실패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대하는 부모님께도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에서도 크게 대수롭지 않게 보였다. 남들은 도망을 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저자는 행복과 자유를 찾아 떠났다고 표현했다. 그러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부러웠다. 물론, 선택하는 일 또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테지만 이를 이겨낸 저자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작가는 도망치고 싶어질 때마다 삶의 안위를 살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저자의 이야기를 보고 나니 실패나 낙오보다는 도전과 용기라는 개념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도망치고 싶었던 것은 겁쟁이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말이다. 그런 지점에서 큰 위안과 공감이 되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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