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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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제력을 벗어난 힘 때문에 망가지는 것뿐이다. / p.88

사람은 보이는 것만 보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말을 누구보다 신뢰하는 편이다. 편견과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서를 하거나 많은 매체를 보고, 그만큼 공부한다고 하지만 나 역시도 어떠한 순간에서는 다른 입장과 의견에 귀를 막고 주관적인 해석과 주장을 펼친다. 이러한 태도를 경계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한계 또한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은 에르난 디아스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금융권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줄거리보다 부커상 후보라는 점이 더 눈에 띄었다. 유명한 작가님들의 추천과 미국의 많은 매체에서 추천하는 소설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믿고 읽게 되었다.

소설에는 앤드류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이라는 부부가 등장한다. 앤드류는 금융 분야에서 꽤 능력 있는 아버지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은 듯하다. 그러나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과 사교를 하면서 부를 축적했던 아버지와 다르게 분석과 직감으로 중요한 곳에 투자해 이름을 알렸다. 사실 그는 결혼에도 큰 의의를 두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결혼 생각이 들어 밀드레드를 부인으로 맞이했다. 밀드레드 역시 앤드류와 비슷하게 내향적인 성향을 가져 누구보다 잘 맞았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해 모르는 앤드류이지만 점점 밀드레드에게 빠져들었다. 내용은 베벨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장편소설이기는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연작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아 새롭게 읽혀졌다. 총 네 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처음에는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특히, 첫 번째 등장했던 헬렌이라는 인물이 다음 이야기부터는 나오지 않았기에 단편집으로 착각하기도 했었다. 페이지 수는 두꺼웠지만 부부의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나오다 보니 어렵지 않게 완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크게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소설의 구성이다. 다른 소설과 다르게 장르와 문체가 바뀌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소설이었으나,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자서전이 되고,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타인이 기록한 회고록이다. 마지막은 일기의 파편이었는데 이렇게 바뀌는 지점이 신기하면서도 읽는 재미를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다른 소설의 묶음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단편 소설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더욱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 하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것 또한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서술자의 관점이다. 이는 첫 번째로부터 연결이 되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서술자가 다르다. 등장한 인물은 같은데 이야기는 다르다. 아마도 보는 이와 듣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베벨 부부의 일생에 의문을 제기한다거나 이를 가공해 부정적으로 표현한 반면, 앤드류는 이를 방어하면서 긍정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앤드류는 밀드레드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표현했던 반면, 밀드레드는 앤드류의 사실적인 행위만 일기에 적었다.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었던 부분이어서 인상 깊게 남았던 부분이다.

읽으면서 앤드류의 입장이 되어 소설가를 비판했으며, 대필가가 되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앤드류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도 했었다. 또한, 다각도로 두 인물을 보니 사람이 참 입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주인공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거나 느꼈던 적이 있었는지 돌이켜 보았는데 없었던 것 같다. 그 지점에서 서술자의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매력적이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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