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테 다이빙 - 2023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노은지 지음 / 마시멜로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생. 희생할만한 가치. 자신의 목숨만큼 가치 있는 것. / p.63

원래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면서 스릴 넘치는 스포츠도 선호하지 않기에 그야말로 다이빙은 완전 거리가 먼 단어이자 행위이다. 물론, 스쿠버 다이빙은 뛰어내리는 게 없기는 하겠지만 그것 역시도 크게 끌리지는 않는다. 앞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는다.

이 책은 노은지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다이빙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띠지에 붙인 스토리가 조금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혼자 신혼여행을 온 것도, 남편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매번 달라지는 이유도, 뭐 하나 의심스럽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추리 스릴러 또는 심리 스릴러 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현조라는 인물은 남편인 도훈을 두고 혼자 멕시코로 신혼여행을 왔다. 호텔에서 만난 남자는 멕시코에서 보기 힘든 동양 여성인 현조에게 능글 맞는 태도로 관심을 보였고, 신혼여행을 온 듯한 서양 커플 역시도 현조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현조는 체첸이사를 비롯한 관광지를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데 현조가 멕시코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 도훈과의 일화가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추리 스릴러 소설로 예상을 했었기 때문에 읽으면서 현조라는 인물을 파헤쳤던 것 같다. 얇은 페이지 수에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하다 보니 한 시간 반 정도에 완독할 수 있었다.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으며, 마치 멕시코로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술술 읽혀졌다. 가볍게 읽기에 좋은 소설이었다.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두 가지에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현조의 행동에 대한 생각이다. 남편인 도훈을 두고 신혼여행을 온 현조는 마치 솔로처럼 행동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는 남편이 죽었다고 대답하면서 결혼했다는 것을 언급하지만 행동 자체로만 보면 그냥 혼자서 여행 왔다고 해석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호텔에서 그녀를 유혹하는 남자에게 넘어가는 것도 그렇고, 젊은 미구엘이라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낀 것 또한 그렇다. 남편이 사망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이해가 안 되기는 했었다. 그러나 도훈과의 어떠한 사건을 통해 현조가 불안정하다는 것과 억압된 삶을 살았다는 게 그나마 연민이 들었던 지점이 있었다.

두 번째는 도훈의 마음에 대한 생각이다. 멕시코로 떠나기 전에 현조와 도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누가 봐도 현조와 도훈은 사랑스러운 커플이었으며, 도훈이라는 인물은 재력이 있는 남자이다. 성격 또한 현조에게 맞춰주는 남자 친구이기도 했다. 결혼 상대로는 완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현조와 도훈 사이를 흔드는 사건이 생기면서부터 도훈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뀌었다. 현조의 행동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것보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 도훈의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떻게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도훈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잘 읽혔지만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하나같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그래서 조금 더 특이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이는 아마도 성향 자체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 이야기들이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과거에 읽었던 연애 소설 하나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소설 역시도 술술 읽히기는 했었지만 인물들의 연애 성향 자체가 공감이 되지 않아 인상적으로 남았던 작품이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견해이며, 작품성과 별개의 문제이다.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독자들은 현조와 도훈의 이야기에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예상과 다르게 파국이라고 느껴졌던 연애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