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달빛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8
세르브 언털 지음, 김보국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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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극은 오직 죽음에 대한 것들이었지. / p.62

원래 달빛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낯선 곳에서 보는 달빛은 뭔가 더 낭만적이다. 그게 여행지에서 볼 때가 많다 보니 여행에서는 꼭 달을 올려다 보는 편이다. 아마도 평소와 다른 추억이 같이 융합이 되어서 더욱 밝고 크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과학적으로 본다면 대한민국 어디에서 봐도 다 같은 모양이거나 육안으로 티가 안 날 정도로 조금의 다른 달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세르브 언털의 장편소설이다.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원래부터 휴머니스트 세계 문학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하나의 주제로 관통되는 문학부터 예쁜 표지도 한몫했다. 두 번째는 좋아하는 김화진 작가님의 추천사를 보고 더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다. 취향에 맞다면 다른 시리즈도 구매할 생각으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하이라는 인물이다. 서른여섯 살의 남자로 부인 에르지와 이탈리아 베네치아로 신혼여행을 왔다. 그러다 동급생이었던 야노시를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다. 미하이는 이를 계기로 자신이 학창시절에 있었던 이야기와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에르지와 터놓는다.

전체적으로 정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하이의 학창시절에서 사건들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스토리를 지배할 정도의 큰 사건은 아니었다. 그저 미하이가 에르지에게 자신의 과거를 터놓고 사랑과 종교, 사상 등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사람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가지고 생각을 펼쳐놓는 모습들이 그렇다. 읽는 내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한국인의 시점에서 크게 두 가지의 궁금점을 가지고 이에 대한 답을 내리면서 읽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신혼여행에서의 두 사람의 행동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하이의 말과 모습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 결혼을 기념해 떠난 여행에서 관심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에르지를 호텔에 두고 와인을 찾아 다니는 등의 행동 자체에 다른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매순간 같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두 사람이 같이 추억을 만든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각으로 보게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는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었다. 우선, 에르지는 전 남편과 헤어지고 미하이를 선택해 결혼했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의 기준만 본다면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게 불법적인 것은 아니었겠지만 말이다. 거기에 미하이 역시도 신혼여행에서 자신의 과거를 말하던 중 사랑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가 흔히 인지하는 설레는 사랑의 감정이 아니며, 에르지에게 사랑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것 또한 사랑의 형태 중 하나로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조금은 독특한 이야기처럼 읽혀졌다. 사상 자체로만 보면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읽는 내내 사랑에 관한 정의나 생각 부분들은 어느 정도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미하이의 학창시절은 뭔가 철학적이면서도 오묘하게 느껴져 이 또한 호기심이 들었던 것도 있다. 철학적인 느낌을 주었던 이 소설이 그렇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사람의 감정을 고민하고 건드리는 스토리를 가진 소설이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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