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공장 블루스 - 매일 김치를 담그며 배우는 일과 인생의 감칠맛
김원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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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삼성 그만뒀어요? / p.31

현장에 있으면서 편견이 깨지는 순간들은 많지만 가장 크게 경각심을 가지게 된 때는 아마도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일했던 시기인 듯하다. 사실 장애인을 비롯해 나름 어렸을 때부터 자주 보고 함께 지내왔다 보니 크게 두렵거나 편견을 가질 일이 없었다. 물론, 독서를 하면서 몰랐던 부분들을 깨우치기는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무의 상태에서 함께 보냈던 그 시기는 그야말로 편견으로 가득했다.

이 책은 김원재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직종을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종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직종으로 바꾼다는 것은 곱절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반대로 바꾸는 것은 현실의 벽이 높을 것이며, 이 경우라면 심리적인 편견이나 인식의 벽이 높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호기심이 들었다.

저자는 삼성의 모 기업에서 카피라이터로 십 년을 근무하다 어머니께서 사장으로 계시는 김치 공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카피라이터와 김치 공장의 새내기는 너무나 큰 차이였다.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부터 일까지 전부 새로운 세계에 던져졌고, 그곳에서의 고군분투 그리고 요절복통 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지점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치 공장에는 네팔에서 온 바타라는 직원을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온 직원들이 있다. 그들은 한국 국적의 저자보다 더 김치를 잘 알고 있으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근무한다. 특히, 바타는 대학교까지 나온 인재이다. 사장인 어머니를 비롯해 저자는 이들을 마치 친자식처럼 애정이 넘치게 대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러한 애정을 감사함을 표현하기라도 하듯 애사심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공장이 잠시 중단이 된 상태에서 바타는 사장님께 오히려 죄송한 마음을 전했고, 사장님은 격리센터에서 밥도 못 챙겨서 먹고 있을 외국인 직원들을 걱정했다. 저자 역시도 이 직원들을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직원들 간의 끈끈한 관계가 참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두 번째 지점은 회사를 아끼는 직원들의 태도이다. 후반부에는 직원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주어진 상황에 효율적인 길을 선택하는 최 팀장님과 저자와 닮은 부분이 많은 조 부장님, 사장님과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했던 조 이사님 등 임직원이라고 불리는 관리자들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무엇보다 김치 공장이라는 일터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주말까지 반납해 일을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며, 건강 문제로 퇴사를 고민하는 순간에도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업무에 대한 걱정을 먼저 했었던 직원들이다. 이렇게 회사에 바칠 정도로 열정적인 인재가 된 그분들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재미있는 문체로 쓰여진 고군분투기임에도 읽는 내내 왜 이렇게 울컥했는지 모르겠다. 공장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강하고 꿋꿋하게 지키셨던 어머니 사장님과 회사에 애정을 가지고 젊음을 바쳤던 직원들, 자신의 나라를 떠나 먼 타국에서 센 강도의 업무를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뭉클했다. 김치의 감칠맛보다는 그들의 긍정적인 의미의 짠내가 마음에 와닿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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