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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이경옥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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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좋은 그림이다. / p.7
책에서 읽었던 것인지, 인터넷에서 보았던 글인지 잘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누군가 나의 인생에 오는 것은 한 사람이 오는 게 아닌 그 사람의 세계가 온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을 하면 그 사람과 맺는 감정적인 관계일 텐데 세계가 온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인 것 같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그 이야기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 사람이 겪었던 과거와 역사, 그리고 가족 등 상대방의 인생 자체가 내 삶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세계가 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름의 해석을 하고 난 이후부터 이 내용이 너무 와닿았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장 좋아하는 내용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아오야마 미치코의 연작 소설이다. 믿고 보는 작가가 있지만 그 중 한 분이 아오야마 미치코이다. 전작이었던 <목요일에는 코코아를>과 <월요일의 말차 카페>를 읽고 참 인상 깊게 와닿았기에 이번 신작도 망설임 하나 없이 고르게 되었다. 특유의 문체와 내용들이 너무 좋았기에 걱정과 고민 또한 없었다.
소설은 하나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잭 잭슨이라는 사람이 그린 에스키스라는 작품이다. 그 그림은 주인공인 레이를 그렸다. 레이는 멜버른으로 유학을 온 일본인이다. 우연히 온 파티에서 부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을 만나 호감을 가진다. 그러나 레이는 비자 만료로 곧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고, 망설이다 부와 기간이 정해진 연애를 하게 된다. 레이와 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와 호주와 일본을 돌아다닌 에스키스 그림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내용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이야기가 에스키스라는 작품을 통해 연결이 되며, 인물들 역시 하나의 끈으로 인연이 된다는 점이다. 이는 전작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인물들의 관계를 알기 위해 하나하나 연결하고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에필로그에는 작품에 심어진 결말이 등장하는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어서 좋은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그 부분은 참 소름이 돋았다.
또한, 인간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는 점도 좋았다. 레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고민을 했으며, 천재 만화가는 동료를 질투하는 시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헤어진 연인들의 남은 감정을 다루기도 했었고, 또 누군가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작품에서 잘 드러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했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공감이 되었고, 주인공이 되어 그들과 똑같이 고민하기도 했었다. 특히, 레이에게 왔던 부라는 인물과 그들의 관계로 제목의 의미가 와닿았다.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읽었지만 그동안 읽었던 저자의 작품과 비슷한 결로 진행되었다. 그 형식 자체를 선호했던 독자로서 내내 열린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 전작보다 두꺼운 페이지 수이기는 하지만 술술 읽혔다. 나중에 결말에 이르러 확인을 하고자 재독을 하기도 했었다. 이미 결말을 인지한 상황에서 다시 읽어도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은 늘 만족스럽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