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일을 하면 다 돌아오는 법이야. / p.144

학창시절에는 참 박물관을 많이 다녔던 것 같다. 물론,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 현장 체험 학습이나 소풍, 수학여행 등의 타의로 가게 된 경우가 더 많다. 박물관 자체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그저 지루할 따름이었다. 크게 감명을 받은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 또한 별 감흥이 없었다. 어느 박물관을 가도 돌고 나오는 시간이 채 삼십 분이 안 걸렸다. 그저 밖에 나와서 학급의 친구들을 기다리는 게 더욱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직장을 다니면서 생각보다 박물관을 갈 기회가 많았다. 대부분 참여하시는 분들과 함께 떠나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갈 때이다. 학교 다니면서 박물관에 크게 재미를 못 느꼈는데 막상 어른이 되니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느낌이 꽤 달랐다. 뭔가 깊게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었다. 오히려 참여자분들께서 지루해하시는 상황도 있었다. 그렇게 달리 보이는 게 스스로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김동식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다. 즐겨 보는 북 크리에이터 님의 영상을 보고 선택하게 된 책이다. 사실 책 리뷰보다는 북 하울이라는 구매한 책 소개 영상이었는데 김동식 작가님의 최초 해피엔딩 소설이라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김동식 작가님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읽었던 소설들을 생각해 보니 마음에 찝찝하게 남은 엔딩뿐이었다. 공포 소설을 집필하신 작가님의 해피엔딩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이 소설집에는 총 스물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짧은 호흡에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이자 저자 특유의 쉬운 문체로 술술 읽혔다. 완독까지 채 두 시간이 안 걸렸던 것 같다. 나름 흥미로운 주제도 있었지만 두 번 읽어야 비로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 계속 읽었지만 끝까지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작품까지 너무 다양한 느낌을 주었다. 각자 나름의 매력이 있었고, 의미를 인지하지 못했던 작품 또한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조언>과 <좋은 일을 하면 다 돌아온다>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인생의 조언>은 술가게에서 지인들과 모여 술을 마시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남자는 자녀의 과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이를 지인에게 털어놓았다. 자녀에게 멋진 한마디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친구들의 부모님은 교수나 의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지인의 조언을 들으면서 어떤 한마디를 보낼지 고민하다 옆에 있는 다른 테이블의 남자가 자신이라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라는 도움을 준다. 그렇게 술가게에 있는 사람들이 그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읽으면서 나의 아버지라면 어떤 말씀을 해 주셨을지에 대한 상상을 해 보았다. 그렇게 친한 부녀 관계는 아니기에 사실 짐작이 가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작품에 나오는 한마디가 곧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고자 했던 이야기들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나아갔다. 술을 마시는 모습과 자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버지의 그림이 그려지는 듯해서 마음이 뭉클했다.

<좋은 일을 하면 다 돌아온다>는 천사의 부탁을 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던 주인공에게 천사가 다가와 아이스크림을 먹은 적이 없는 한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양보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고민하던 주인공은 허락했고, 천사와 아이스크림은 사라졌다. 그렇게 남자가 무언가를 들고 있을 때마다 천사는 다가와 누군가를 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그러면서 좋은 일을 하면 다 돌아온다고 했다. 남자는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크게 일이 벌어지지는 않은 듯했다. 그저 남자가 좋은 일을 하면서 그렇게 성격이 변화되었을 뿐이었다. 남자는 그게 돌아온 것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품의 화자처럼 좋은 일을 하면서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 천사의 말처럼 느껴졌다. 작품에서 남자는 실제로 남을 도왔고,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천사로부터 조금은 무리한 부탁을 받았지만 그 역시도 수락했던 것을 보면 누가 봐도 돌아온다는 게 선한 영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말을 보고 그게 완전히 깨졌다. 남자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와닿았던 엔딩은 이 작품이었다.

해피엔딩이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큰 결말은 아니었다. 아마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혹은 느꼈던 따뜻함을 가진 소소한 해피엔딩의 작품이 많다. 그 지점이 현실감이 느껴졌으며,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이었다. 그동안 느꼈던 저자의 작품들의 어두움과 많이 다른 밝음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