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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인 ㅣ 호시 신이치 쇼트-쇼트 시리즈 1
호시 신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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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머나먼 미래의 아이들은 무슨 꿈을 꾸고 싶어 할까? / p.187
여러 번 언급했던 것처럼 개인적으로 장편보다는 단편을 선호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짧은 호흡에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데 요즈음 유독 크게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책 읽을 시간을 꽤 많이 확보할 수 있어서 길면 하루 내내 책을 읽으면서 보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나름의 루틴을 만들어 책 읽는 시간을 만드는데 그럴 때는 확실히 단편이 몰입이 잘 된다.
이 책은 호시 신이치의 단편 소설집이다. 세 권이 발간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초단편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 작가님들의 단편 소설집이나 앤솔로지, 아니면 영미권 작가님들의 단편 작품집들을 위주로 읽었는데 장편소설로만 보았던 일본 작가님의 초단편 소설집이라고 하니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이 단편집에는 저자의 초단편 소설 오십 편이 수록되어 있다. 보통 몇 장으로 끝나는 작품이었지만 아예 두세 장으로 마무리가 되는 작품도 있었으며, 반대로 보통 분량보다 조금 많은 페이지 수의 작품까지 다양했다. 직장에서의 점심시간과 자기 전 한 시간 정도를 활용해 읽었으며, 후루룩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두 편의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주도면밀한 생활>이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테일 씨는 우주여행 보험사에서 근무하며, 72층에 거주하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그를 일으켜 세수를 시켜 주며, 아침을 먹여 준다. 또한, 파이프에 태워 주면 자동으로 회사에 도착까지 한다. 여느 때처럼 회사에 도착한 테일 씨에게 상상하지도 못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가수 장나라 님의 <Sweet dream>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면서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말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과학이 발전해 인간의 힘으로 준비하지 않는 세상이 온다고 하면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듯했다. SF 장르의 이야기여서 현실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두 번째는 <포위>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남자는 역 승강장에서 어떤 남자의 밀침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자신을 밀었던 범인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나름의 추측으로 범인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부정하던 범인이 남자의 폭력에 결국 실토했는데 사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남자는 또 사주를 한 이를 찾아가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
첫 번째 작품이 SF 장르를 느끼게 해 주었다면 두 번째 작품은 인간의 심리를 다룬 작품인 듯했다. 직설적으로 특정 심리를 표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읽고 나니 묘하게 허망한 느낌을 받았다. 이는 재미가 없어서 허망했다기보다는 어쩌면 내 자신에게도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다. 물론, 주인공처럼 누군가 죽음이라는 사주를 받아 헤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두 작품 공통적으로 현실감과 생생함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묘하면서도 건더기가 남은 느낌이었다. 닫힌 결말을 가진 작품들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조금 한 번 정도는 생각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끝내 의도를 모르고 넘어간 작품도 있었다. 인간의 심리를 다룬 이야기들은 심오했으며, SF 세계관을 다룬 이야기들은 생소했다. 흥미로우면서도 신비로웠던 이야기들이 참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