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겨우 희망 정도에 자격 운운하지 말자고요. / p.206
즐겨 보았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잘 잤으면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는 아이유 님의 밤편지라는 가사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막상 생각하고 보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주관적이다 보니 이를 정의내리는 게 조금은 어려웠는데 명료화가 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 책은 소서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사실 소설의 장르를 착각해서 고르게 된 책이다. 아무래도 서점, 도서관, 편의점 등 어떤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힐링 소설 또는 판타지 소설이 큰 유행을 끌고 있기에 그런 부분을 기대했었다.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고민을 가진 등장 인물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거나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들을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연서는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겪고 안 좋은 마음으로 산책을 했다. 그러던 중 시간은 어두워지고, 막다른 길에 막힌다. 그때 조금은 특이한 인상을 주는 남자 서주를 만난다. 처음 만난 그 남자가 경계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뒤로 조금만 물러나면 절벽이기에 어쩔 수 없이 호의에 응한다. 그는 환상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이었다. 초면에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연서의 기분만 상하게 만들었다. 남자는 미안함을 표현하며, 다시 서점을 들릴 것을 권유한다.
읽으면서 예상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선 장르부터가 달랐다. 판타지 힐링 소설이 아닌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었던 것이다. 별로 선호하지 않는 소설 장르이면 아마도 중간에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로맨스 소설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르게 읽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술술 읽히는 문체이기에 순식간에 완독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첫 번째는 소설 안의 이야기이다. 서주는 연서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너무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초반에는 이야기보다는 연서의 입장에서 공감을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다 단순한 줄거리가 아닌 작품 자체의 흐름으로서 큰 작용을 한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로부터는 다르게 보였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거나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들이 등장인물들과 겹쳐지면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등장 인물들의 관계이다. 이 소설에는 크게 네 사람이 등장한다. 연서와 서주, 그리고 서주에게 불평을 터트리면서도 돕는 남자와 어린 아이. 네 사람은 뭔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세 명의 인물과 달리 연서는 조금 다른 부류의 인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저 서주가 양육하는 어린 아이와 환상 서점 주변 마을의 지나가는 남자로만 생각했었는데 중반에 이르러 이들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연주와 서주의 관계가 유독 도드라지게 보였다. 그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책을 덮고 나니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기를 바란다는 말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랑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환상 서점의 서주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잠을 못 이룬다면 그것 역시도 사랑이지 않을까. 서주의 이러한 마음이 공감이 되면서도 크게 와닿았다.
드라마 <도깨비>를 재미있게 보았던 독자라면 충분히 이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스토리를 착각해 읽게 된 책이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랑의 설렘을 안겨 주었던 책을 만나게 되어서 읽는 시간이 참 만족스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