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새끼 잡으러 간다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원수가 또 미친 일을 벌인 것인가. / p.11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남동생과 오빠를 두고 있는 남매 지간이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나오면 동생이나 오빠를 때리고 싶다부터 시작해 동성의 동생을 두고 있어 부럽다는 말로 끝맺음이 되는데 사실 크게 공감이 되지 않는다. 성별을 떠나 어렸을 때에는 장난감 하나로 크게 싸운 적이 꽤 있으며, 성장할수록 동생의 입장에 맞춰서 다 수용해 주는 편이기에 그렇게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생이 싫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은 염기원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이 가장 눈길이 끌었다. 아마 오빠를 둔 동생이라면 공감이 되는 제목이지 않을까. 너무나 적나라하면서 직설적이어서 관심이 갔다. 사기꾼이 된 오빠를 뒤쫓는다는 설정에 궁금증이 들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하나라는 인물은 과거 육상부로 투포환 선수였지만 현재는 공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는 99년생의 정규직 노동자이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집에 있는 날보다 밖에 나가는 날이 더 많다. 오빠 또한 여러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는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유튜브에서 오빠의 동영상을 본 뒤로 살고 있는 태백에서 서울까지 간다. 결론적으로 짧게 요약하자면 사기꾼 오빠를 잡으러 가는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남매 사이의 애증이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게 거의 오빠의 욕이라고 할 정도로 증오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심지어 큰 대회에서 실수하게 된 과거 시절의 이유도 오빠가 듣는 노래 때문이라고 할 정도이다. 친구인 미주나 다른 이들은 오빠를 좋게 보고 있음에도 끝까지 이를 부정하는데 처음에는 읽으면서 흔한 남매처럼 보여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사기꾼인 오빠를 쫓는 것 역시도 증오보다는 엇나가지 않기를 바라는 애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결말을 보면서 느꼈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태백이라는 도시의 풍경이다. 오빠를 쫓으러 가는 길은 서울이기는 하지만 하나가 살고 있는 지역은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강원도 태백시이다. 시골에 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풍경부터 시작해 생각보다 디테일하게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작가의 태백에 대한 애정을 느꼈는데 역시나 작가의 말에 관련 내용이 언급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태백과 비슷한 환경의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태백의 풍경도 좋았지만 스타벅스가 없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조금은 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이 그려져 그 부분이 공감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문체 자체가 현대적이면서도 제목만큼이나 직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웹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지점은 좋았지만 남매 사이의 우애, 이슈가 되는 사기꾼들의 이야기 등이 조금 무겁게 다루어졌다면 여운이나 경각심이 들었을 텐데 재미로만 느껴졌다는 점이다. 이는 내용이나 소재는 너무 좋았기에 그 부분은 더욱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현실적이어서 웃겼고, 직설적이어서 속이 시원했다. 물론, 그 안에서 인간 사이의 연대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은 참 따뜻하기도 했었다. 책이 읽히지 않아 힘든 독자들이 킬링타임으로 읽는다면 좋을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아무런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만나게 되어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