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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김다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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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 p.7
어떻게 보면 못된 생각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해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데스노트를 소환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지인들과 데스노트에 대한 우스갯소리를 하면 꼭 이런 말을 덧붙이도 한다. 사실 무서운 영화 자체를 좋아하지 않다 보니 유명한 작품이었던 데스노트를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름을 적을 수 있는 데스노트나 위대한 능력이 나에게도 주어졌으면 한다.
이 책은 김다윤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죽음을 주지는 않지만 불행을 준다는 점에서 데스노트와 비슷한 소재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갔다. 또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는 점이었는데 과연 타인에게 불행을 주었던 자신이 당사자로 지목이 된다면 어떻게 해결이 될까 궁금해졌다. 소재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다온에게 어느 날 붉은 빛을 내는 책이 생긴다. 불행을 주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책으로 손을 대면 그 상황으로 들어가게 되고 말하면 그대로 그 사람들이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의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나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등 누가 봐도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온은 그들을 책의 힘을 빌려 처벌한다. 그렇게 정의로움을 가지고 처리하던 중 자신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자신의 과거로 돌아간다.
다온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책의 능력으로 악인들을 처벌하기는 하지만 과거를 돌아봤을 때 원래 정의로운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에게 폭력을 받고 있는 연우를 도왔다는 점이 그랬다. 이러한 사건들이 도화선이 되어 어머니를 잃는 상황까지 되었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친구를 구한다는 게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그것을 해냈다는 점이 대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다온이 불행을 주는 이라고 표현이 되었던 이야기에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점점 읽으면서 행운과 불행은 생각보다 가까운 사이며, 동전의 앞뒷면처럼 금방 바뀔 수 있는 관계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이해준이라는 인물이 푸른 빛의 행운을 주는 책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등장하면서부터 공감을 느꼈다. 다온은 행운을 느껴야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었다는 점에서 불행을 안겨 주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안타까운 인물처럼 보였다.
이렇게 인물들이 과거의 악과 마주한다거나 선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들이 나름의 위안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에게 도움을 주기도, 또는 누구에게 도움을 받기도, 반대로 악을 행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 자체는 판타지처럼 느껴졌지만 인물들이 느꼈던 상황만큼은 현실적으로 와닿았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과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