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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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생각을 읽으려 하면 안 된다. / p.134

최근 읽은 소설들을 보면 생각보다 여성 화자가 그려지는 작품들을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양자택일의 상황에서는 여성 화자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읽는 것도 있겠지만 하나씩 계산하면서 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읽으면서 오롯이 공감이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아무래도 같은 성별의 입장이기 때문에 다른 성별이 모르는 내면적 심리가 더욱 와닿았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다섯 분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신 앤솔로지 소설이다. 우연한 기회로 하나씩 읽게 된 안전 가옥 시리즈의 FIC-PICK 시리즈인데 이제는 신간 소식만 들렸다 하면 무조건 찾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번 작품들 역시도 소식을 알게 되자마자 고르게 되었고,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의 작가님께서 참여하셨기에 가장 크게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우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처럼 주제는 여성과 관련된 작품이다.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나 편견, 성별이 바뀌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깨우칠 수 있는 작품들이 실릴 것 같다는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예상은 너무나 크게 빗나갔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에서 느끼는 성별보다는 성애적 관점에서 보이는 성별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아밀 작가님의 <하나뿐인 춤>이라는 소설이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다. 소설은 카릴과 릴카 쌍둥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들이 살고 있는 라뮈스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쌍둥이로 태어나서 사춘기라고 불리는 시절에 성별이 결정된다. 릴카는 여성으로서 분화되어가는 것과 반대로 카릴은 청소년기가 지나도 몸에 큰 변화가 없다. 부모님부터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다들 무시한다거나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졸업식에서 성별에 맞는 역할의 춤을 추어야 하는 상황에서 릴카는 자신과 반대되는 성별인 여성의 춤을 부모님 몰래 연습하고, 그로 인한 오해를 사게 된다. 

성별로서 따라오는 편견들을 잘 표현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으로는 가장 크게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지기는 하지만 과학 시간에 나왔던 것처럼 XXY나 Y만 염색체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포함해 항상 제 3의 성을 자주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또한, 성별로서 주어지는 역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입장이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지역의 전통이기는 하겠지만 애초에 춤이라는 것 자체가 남성과 여성이 나누어지는 무언가는 아니었을 텐데 그렇게까지 과하게 반응하는 어른들과 학생들을 보면서 조금 답답함이 느껴졌다. 릴카가 경험하고 있는 혼란스러움과 주위의 시선들이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이입되었다.

더불어,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작년에 읽었던 소설 중 하나인 작품이 떠올랐다. 학교가 배경인 것도, 무성이라는 주제 역시도 비슷했는데 그 작품을 읽었을 때의 강렬함을 이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꼈다. 과연 성별이라는 게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른 작품도 좋았지만 <우먼 인 스펙트럼>이라는 제목에 가장 부합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으면서 성애라는 단어를 깊게 생각하고 곱씹었다. 세상에는 부모와 자녀의 연결된 끈, 좋아하는 물건과의 애착, 주변 사람들과의 우정과 의리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사랑들이 존재하고 이를 용인하는데 왜 다른 성애적인 사랑은 배제가 되거나 무시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권력이나 미성숙한 대상에게 착취하거나 집착하는 성애의 경우에는 지탄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 역시 공감하는 바이지만 조금은 성애적인 부분을 이분법보다는 스펙트럼의 기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느꼈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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