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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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은 어둠에 묻힌 세상에서 나는 눈물을 먹고 사는 나방을 찾아야 한다. / p.155

프로파일러와 범죄자의 심리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사 프로그램이나 소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영화 자체로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영화에는 조금 잔인하거나 무서운 장면들이 있기에 그 부분이 조금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그동안 거리를 두었던 편이었다.

그래서 영화 장르로 그런 류의 스토리를 보지 않다가 우연히 지인과 함께 보았던 영화가 아직까지도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사실 제목이나 배우보다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철장 너머에 있는 범죄자에게 당하는 엔딩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이지만 소재 때문에 그렇다는 지인의 설득에 같이 보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영화 중에서도 괜찮은 작품은 찾아서 보기도 한다.

이 책은 토머스 해리스의 장편 소설이다. 이름과 포스터는 기억에 남지만 정작 지금까지 영화로는 보지 못한 작품이다. 이 또한 잔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미루고 있었는데 소설이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영상 매체와 소설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을 특기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는 독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법의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는 스탈링이라는 인물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가죽을 벗기는 연쇄 살인과 관련해 연수생의 신분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니발 렉터라는 정신과 의사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 한니발 렉터 역시 살인해 인육을 먹는 인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렉터는 스탈링에게 흥미를 보이면서 마치 가지고 노는 듯했다.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의 정보와 스탈링의 아버지에 관한 정보를 맞교환하면서 조금씩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반에는 한니발 렉터와 스탈링의 관계를 중심으로 벌어지다 중반에 이르러 연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가 상원 의원의 딸이 납치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범죄자를 찾는 스토리로 이동이 된다. 그래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생각보다 관계도가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하나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는 읽을수록 해결이 되었기에 사건과 심리 게임들이 어느 정도 연결이 되면서부터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렉터가 스탈링에게 신뢰를 가지는 부분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렉터가 스탈링을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더욱 잘 어울리기는 하다. 연쇄 살인범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을 때에도 처음 본 스탈링에게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말해 주는 대가로 입을 열었는데 왜 그렇게 관심을 가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사건 해결을 방해하는 이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풀어 혼란을 주었지만 스탈링에게는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도움을 주었다. 책을 읽고 난 이후에도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깊이 생각이 필요할 듯하다.

두 번째는 나방의 의미이다. 연쇄 살인범의 시그니처로 시신에 나방이 발견이 된다. 스탈링은 곤충 전문가들과 함께 나방의 종류를 찾고, 이를 통해 연쇄 살인범의 정체를 밝힌다. 나방의 특징들이 소설의 이야기로 등장하지만 어떤 의미를 가지고 남겼을까, 하는 순수한 의문이 들었다. 연쇄 살인범의 살인 계기와 관련해 자신의 모습을 탈피한다는 것을 나방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어서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읽는 내내 숨 막히는 심리전이 인상 깊었던 작품이었다. 그와 별개로 여러 가지 의문들이 머릿속을 뒤집기도 했었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로 보고 싶은데 그렇다면 아마 소설을 읽으면서 들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어느 정도는 바뀌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높은 차원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 인상 깊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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